요즘 기안84씨 덕에 인도 여행에 대한 관심이 좀 높아진 거 같은데요..
제가 10년 전인가 인도 델리 갔는데 5성급 호텔로 갔습니다.
금수저냐 싶겠지만 그건 아니고 1박 10만원에 구했거든요.
웰컴 드링크로 간단한 다과와 빵, 쿠키 등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전 생수 한 병 마셨죠.
몇시간 후 위장을 마치 사포로 갈고 녹슨 식칼로 회뜨는 듯한 고통이 오고
먹은 걸 모조리 설사로 개워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LG G2로 기억)으로 약국 찾아서 갔는데..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영어를 해야 하는데 잘 안 돌아가서
마이 스토막 이즈 허트, 아이 씽크 잇 이즈 다이어헤아, 기브 미 메디신 프리즈...
대충 이렇게 발음도 문법도 박살난 영어로 약을 받아옵니다.
약사는 너 같은 관광객은 하도 많이 봤다는 표정으로 뭔 알약과 Electral이란 가루를 줍니다.
신기하게 그걸 먹으니 하루만에 속이 편안해지고 그 이후로는 물갈이를 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에서 길거리 음식이나 불량식품 먹고도 물갈이 안하는 강철 내장인데도
이 인도에서는 안 통합니다...
아무튼 제가 호텔에 클레임 걸으니 사과하면서 방 업그레이드와 호텔비 부분 환불 중 하나를 고르라 하기에
전 호텔비 부분 환불을 선택했죠.
2.
인도 기차는 한국 지하철 1호선마냥 잡상인들이 물건을 팔아요.
뭐 거기까지는 흔한 모습이고 재미있는데요....
그런데 인도 잡상인들이 물건 파는 방식이 참 인상적입니다.
기차 탈 때 원숭이를 데리고 탑니다.
그러면 원숭이가 손님 앞에 가서 으르렁대며 위협하죠.
딱 공포감을 느낄 만큼만 다가가서 저러고 물건 사면 물러납니다.
보통 이런 일을 당하면 더러워서 그냥 물건을 사주고 넘어가거나
기가세면 해볼태면 해보라며 버티거나 둘 중 하나죠.
물론 곱게 플렛폼에서 물건 팔거나 위협 없이 짐 들고 다니는 상인도 많습니다.
전 누원협으로 짜이 사먹었는데 우유보다 향신료가 더 많은 느낌이더군요.
아주 강렬합니다.
향신료가 우유보다 싼 모양...
3.
바라나시는 북인도 간 사람은 필수로 가는 힌두교의 성지입니다.
저도 갔는데 기차는 의외로 밥도 잘 나오고 시설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내리자마자 컬처쇼크 세게 받았어요.
세번 기겁했습니다.
첫번째는 바라나시 역에서 내려 겐지스 강으로 가는데 과장 보태 겐지스강 500미터 앞부터 개XX똥꾸릉내가 진동하고..
그런 강물에 목욕하고 시체를 떠내려 보내고 하더랍니다.
두번째는 보트를 타고 겐지스강 유람하는데 제 옆 보트 벽에 뭔가 툭 하고 지나쳐서 뭔가 봤더니 반쯤 탄 고기 같은데
알고보니 사람 팔 뼈와 거기 붙은 살점이더군요.
화장을 하면서 다 안 태우고 대충 흘려보낸 거죠.
세번째는 개들인데 바라나시 곳곳에는 뭔 연기 냄새에 뼈만 남은 개들이 제삿상 같은 거 훔쳐먹고 다니고 그러는데요...
그중 개 한마리가 거품을 물고 기괴하게 달리거나 움직여서 웟 이즈 디스 이렇게 물어보니
상인이 비 케어풀 잇츠 레이비 하며 몽둥이 들고 달려가 잡더군요.
레이비가 뭔가 하니 Rabies, 즉 광견병이었죠.
물리지 않은 게 다행...
4.
인도의 과일 물가는 어마어마하게 쌉니다.
특히 망고가 그런데, 원래 망고 원산지가 인도인데다가 뒷산이나 정원만 가도 망고 천지에요.
제가 조드푸르에서 망고를 한 100원 정도 주고 한 바구니 사서 기차에서 식사대용으로 먹으며 가는데
대충 영어가 통하는 인도인 동승객 말로는 그거 바가지 쓴 거라고 웃더군요.
망고만 그런가.. 다른 과일들도 아주 싸서 거지들도 과일은 원없이 먹습니다.
달리말하면 저런 데서 굶어 죽는다면 그만큼 인도 사정이 막장이란 거죠.
5.
인도 여행할 때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보통 역이나 공공장소, 길가 등을 보면 혼자서 혹은 패거리 지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류인생, 양아치들이죠.
하루종일 담배나 이상한 약을 하고 돌아다니며 돈 많아 보이는 관광객에게 삥뜯기를 하거나
적당한 물건 같은 걸 들고 와서 강매하는 상인 역을 하기도 하는 한량들입니다.
저도 델리역에서 봤는데 전 비리비리하고 먹을 게 없어 보이는지
백인 관광객에게 가려다가 경찰이 제지하더군요.
인도에서 일어나는 관광객 피해와 기상천외한 기행들의 2/3은
저런 사람들이 치고 다닌다고 봐도 됩니다.
왜 저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냐 하면
사원과 모스크 무료급식 및 잔치 등에서 배를 체우면 되고 적당히 천막이나 판자집 지어도 안 얼어죽죠.
거기에 아직도 인도에는 부족이나 인맥 등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어서
백수라고 해서 딱히 삶이 힘들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6.
5에서 이어지는데 이런 양아치 인도 남자들에게는 동양인 여성에 대한 착각과 환상이 있습니다.
동양인이 굳이 인도까지 찾아온 건 인도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특히 여성들이 이런다는 건 남자를 유혹하려는 성욕 때문이다.
동양인 여자는 성적으로 문란해서 들이대면 쉽게 차지할 수 있고, 이렇게 동양인 여자 하나 꼬시면 배우자자격으로 그 나라(대게 한국, 일본)에 귀화해서 부자로 살 수 있다.
저런 소리를 직접 저에게 하더군요. 그러면서 너 혹시 여동생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멘트는 덤...
그래서 저런 망상을 가지고 캣콜링이나 성추행같은 것부터 심하면 마약을 탄 짜이나 라씨를 먹여서 강간까지 시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여성인권이 낮다보니 여자가 당당히 여행을 가고 바깥을 돌아다닌다는 걸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물론 인도에도 저런 생각을 미개하다고 비판하는 양식있는 사람이 더 많지만, 인도 인구가 많으니 저런 사람도 많은 거죠.
7.
기안84가 먹은 정체불명의 이파리에 싼 향신료 같은 건 담배입니다.
Paan이라 불리는 물건인데 마치 상추쌈(?) 같습니다.
피는 방법은 씹거나 입에 머금는 겁니다.
침은 삼키지 말고 뱉어내죠.
저런 수제품 외에도 조그만 과자처럼 포장된 공장제도 있는데
이것도 흔히 노점이나 슈퍼에서 볼 수 있죠.
다만 가끔 마약성 환각물질을 섞은 것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런 담배 외에도 라씨나 물담배 등도..
8.
인도에도 길고양이들이 많은데 당연히 번식력이 높아 골칫거리입니다.
그래서 인도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모든 곳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살처분을 하더군요.
그 살처분도 그냥 곱게 하지 않고 다 큰 성체, 새끼 그리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할것없이 그냥 포댓자루에 담은 후 묶고 그걸 강가에 떠내려 보내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놔두면 처치곤란이기도 하고, 고양이를 분양하기도 곤란하고, 먹자니 그것도 힘드니 강에 떠내려 보내며 부디 다음 생은 잘 태어나기를 빌어준다고 하며 태연스럽게 쓰레기 투기하듯 그런 일을 하더군요.
이렇게 처치곤란한 쥐나 고양이 같은 걸 잡는 것도 거의 불가촉천민의 몪인데 아무래도 고귀하신 분들이 저런 짓 하는 것도 껄끄럽긴 한가 보더군요.
전 고양이 버리는 것도 그렇지만 저런 게 일상인 걸 보고 컬쳐쇼크를 느꼈습니다.
고양이만 그런 게 아니고 강아지나 소도 그렇게 몽둥이로 두들겨 패더군요.
소는 왜 그러나 싶겠지만 소도 카스트가 있어 신성한 소가 있고 천민 소가 있는데 천민 소들은 인정사정 없이 팹니다..
하여튼 저 겐지스강에는 오늘도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갈 겁니다.
9
인도 엘리베이터는 한국과 궤를 달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인도 엘리베이터 중 상당수는 안전장치가 없어요.
그래서 급히 엘리베이터 닫힐 때 끼어든다고 손이나 발로 문을 막아서면 사람을 인식하고 다시 열지 않고 바로 올라가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문이 닫히려 해서 몸을 불쑥 집어넣었다가 문이 꽉 닫혀 올라가서 피가 나고 사고날 뻔한 일을 봤습니다.
저걸 본 인도 사람들은 어이없어 했다고...
하여튼 심심하면 사고가 나서 슬슬 안전장치를 달고 있다고 합니다.
10.
인도 하면 밀크티의 일종인 짜이 마살라가 유명하죠.
그 짜이의 경우 일회용컵과 다회용컵이 있는데
일회용컵은 불가촉천민들이 진흙을 구워 만든 테라코타 컵인데
마시고 땅바닥에 버리면 알아서 바스라져서 흙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다회용컵은 보통 유리로 만드는데 생긴 게 마치 한 공장에서 만든 것처럼 일정하죠.
전 일부러 일회용을 고르는 걸 권하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회용컵인 유리로 만든 컵을 잘 씻을 거라고 기대하기가 어렵거든요.
짜이 가게는 사람들이 죽치고 앉아 담배 피고 떠들고 컵도 막 쓰는지라 더 그렇습니다.
11.
인도에서 인사말이 여러가지라서 당황했습니다.
처음엔 인도 인삿말은 나마스테라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들 저보고 인사하면 헬로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가끔 보면 또 자기들끼리는 나마스테 앗살람 알라이쿰이라고도 합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나마스테는 힌두교 신자들끼리,
앗살람 알라이쿰은 이슬람교 신자들끼리,
외국인이나 다른 종교 사람을 만나면 헬로 더군요.
그리고 민족이나 카스트가 다르면 아예 영어만 쓰기도 하는데
주로 하층 카스트 엘리트들이 상층부 카스트에게 그럽니다.
기 싸움+과시 같은 느낌이더군요..
12.
이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갔다 오면 진이 다 빠집니다.
델리 오자마자 잡상인들이 들러붙고 조심해야 할 사항도 많은데다가
기차 이유없이 5시간 가다 선다거나 호스텔에서 신발 긴빠이 당하고,
소매치기 때문에 폰도 쇠사슬로 연결하고 폰질도 눈치보이고 사진도 막 못 찍고
수첩 메모와 간단한 스캐치 정도로만 정리해야 할 정도로 힘들거든요.
그런데 돌아온 후 처음 한달은 인도의 I도 보기 싫어지는데요..
그런데 또 거기 가고 싶어지더란 겁니다.
마치 모험에서 살아 돌아온 후 다시 모험을 떠나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