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차라서 클러치를 놓쳐 시동이 꺼졌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꺼졌습니다.
부모님 집에 다녀왔다가 집 앞에서 마누라를 내려주고, 이제 주차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요. 사람이 내리면서 문을 여니까 실내등이 켜지잖아요? 그런데 불이 엄청나게 흔들리길래 배터리가 맛이 갔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꺼지더라고요.
한달 전만 해도 엄마 무서워 엉엉 이러다가 담벼락에 들이박는 엔딩이 나왔을텐데, 제주도에서 눈길 위를 이리미끌 저리미끌 하는 돌발상황을 지겹게도 겪고 오니 그럭저럭 침착하게 대처가 되네요.
브레이크 꽉 밟고 변속기를 P로 바꾸고 시동을 다시 걸어 보지만 안걸리고요. 다행이도 집 앞이 약간 내리막길이고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없어서 탄력주행으로 아래쪽 빌라 앞 주차장까지 아슬아슬하게 굴러간 후, 내리막이 끝나서 더는 안 움직이길래 보험에 전화하면 언제 올까 고민하고 있으니 계기판에 다시 불이 들어오네요. 여기에서 시동을 거니 걸리고, 다시 집에다 얌전하게 넣어는 뒀습니다.
마지막 운전이 2주 전이긴 한데, 오늘은 다른 곳에 갔다가 온 거니까 배터리 방전은 아닐테고. 또 발전기가 고장났다면 시동이 바로 걸리진 않았을테고, 엔진오일 때문에 피스톤이 붙었다면 운전하면서 감이 왔을 것 같고(후진할 때 핸들이 많이 떨리긴 했지만요), 그래서 나온 결론은 겨울철 대비용으로 달아둔 배터리 킬스위치의 접촉 불량 아닐까 싶더라고요. 일단은 킬스위치 자체를 다시 빼놓긴 했는데요.
이렇게 보니 접촉 불량이 나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은 구조긴 하군요. 원래는 녹색으로 샀다가 장착할 공간이 안나서 오른쪽의 검은색으로 달았거든요.
쌓인 일이 정리가 되면 엔진오일이나 한번 갈면서 점검이나 싹 받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