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별건 아닙니다. 그냥 모 사람 많은 사이트에 어떤 글을 쓰다가 중간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지워버리고 나서 혹 해서 말이지요.
이전에 PC통신 그리고 인터넷 이라는 놈을 처음 접하고나서부터 마음에 두던것을 하나 들자면 "가능한 내가 책임 지고 배려 가능한 내용만 올리자" 였습니다.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각종 광고글부터 뻘글 기분나쁜글 좋은글 정보글 등등 여러 다양한 목적으로 글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간혹 그런 글들 중에 '아니면 말고' 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글들이 있어요. 어지간히 사람 빈정상하게 하는 글들도 올라오고, 매우 오래된 그리고 소위 꼰대스러운 느낌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용하는 네트워크 공간이 공유 공간이란걸 망각이라도 한것 같은 글 들이 있어요. 소위 말하는 인터넷 윤리, 예의범절을 무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을 할때 읽는이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막 나가는 글들도 있구요. 공유 공간이기에 내가 적은 글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다른 누군가에게 또 다시 영향을 줍니다. 설사 글을 지웠더라도 지우기 전에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것에 조금씩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그런 글들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모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모든 대화는 반말체, 존댓말 금지 라는 규정은 솔직히 말하자면 17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적응이 안되고 있습니다. 존댓말을 쓰는건 서로에게 벽과 거리를 만든다. 라는 논리는 아직도 이해가 안되고 있어요. 적당한 존중이 없는 글이 만드는 가벼움과 불쾌감을 그런식으로 그런 이유로 퉁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글을 쓸때는 가능한 그런 면모들은 보이지 않게 글을 쓰자 라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정약용이 남긴 말인 "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라는 말을 글을 쓸 때마다 되뇌이고 있습니다. 누구나 어느때건 여러 글을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사회에 더더욱 절실한 말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잊지 말자고 아예 바탕화면 스티커 프로그램에 항시 띄어놓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스스로의 한계, 이미 다른 글들에 많은 영향을 받아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원하는 만큼의 글을 쓰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더라도 나중에 가면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딴 글을 올리려니 그냥 올리지 말자' 하는 버릇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SNS도 점점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글 쓰는 양이 적어지고 다른 글들만 쓱보고 가기에 눈팅만 하는 일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글쓰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것들은 무시하고 일단 많이 써보는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글이 언젠가는 나에게 되돌아 오는것은 아닌가, 그런 마구잡이 글을 쓰다보면 그런 글에 순응해 버리는것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써버린 글들에 대해서 책임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에 이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느새 나이는 계란 한판을 완성하는 시기까지 오게 되고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매우 피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욕심이라 생각은 합니다. 어느 글이라도 완벽한 글은 없고 그런 세세한것까지 고려하면 인터넷은 쓸게 못되겠지요. 그냥 차라리 지금은 명맥이 끊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종이판을 구해다가 읽으면서 사는게 나을겁니다. 조금은 타협을 해도 될 것인데 그러다가 책임없는 익명성으로 이루어진 혐오에 저 스스로 휘둘려질까봐 여전히 두렵네요.
때문에 여전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썻다, 지웠다, 수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저 스스로 책임 질 수 있는지 여전히 마음에 불안의 여지를 남기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