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못사겠어요.
안드로이드를 2010년부터 쭉 써 왔고, 컵케이크(1.5)부터 누가(7.1)까지 거의 대부분의 안드로이드를 경험해 온 저이지만, 이제 슬슬 다른 폰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절실해지네요. 단도직입적으로
살 폰이 없습니다.
뭐, 모든 기기가 슈퍼컴도 아니고 항상 이상적일 수는 없겠죠. 그게 전부 개개의 마음에 드느냐 또한 별개의 문제인데다… 그런데, 이런 점들을 다 하나하나 고려해 봐도 영… 살 만한 물건들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퍼런스향 모델을 선호합니다. 커스텀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순정 상태에서 온갖 앱들이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는 꼴을 용인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리고 무엇보다 롤리팝 시점에서부터 AOSP가 훨씬 이쁩니다. 국내 제조사는 반성해야 합니다. 넥서스 5X를 사용하고 있고 픽셀 시리즈도 나쁘지 않게 보고 있었는데…
이번 픽셀 2가 그런 기대를 산산히 부숴줬습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기계에 무슨 잣대로 평가질인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번 V30 보고 올게 왔구나…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사실상 V30이 기반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홍텔을 산다는 건 미친 짓이고 무엇보다 유출된 기기를 보니 픽셀이 훨씬 이쁩니다. 지네들 전작보다 못생기게 만드는 건 도대체 누구네 재주인 건지…
그렇다고 해서 국내 제조사의 커스텀을 살펴보자면 또 마음에 드는 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평면 디스플레이는 삼성이나 엘지나 전부 채택하지 않는 데다가 최근 기기들은 너무 잘 깨져요. 그렇다고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예쁘지도 않고(물론 갤8은 이쁘지만 딱 거기까지)아무튼 이거다! 싶은 제품이 없네요.
모 처에서 들은 말로, 소니는 수석 디자이너를 비롯한 디자인 팀에서 이르기를 아직은 16:9 컨텐츠가 우세하고(그러므로 상하 레터박스가 붙으며), 상하단에 부품(스피커나 전면 카메라 등)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그 뭣같은 하관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중국 스마트폰을 보자면 이쪽은 기본 인터페이스부터 마음에 안 듭니다. 디자인은 검증된(?) 것들을 마구 가져다 쓰는 통에 보장이 가능하지만 정작 속에 든 것들이 최적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이것저것 하나하나 요소를 배제하다 보니, 안드로이드에서 더 이상 살 폰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젠 진지하게 iOS로 전향할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라고 혼자 고민중입니다.
레퍼런스를 MS 발끝만이라도 따라가면 분명히 사 줄텐데 픽셀을 그렇게 만들어놓고도(사실 픽셀 자체도 영 아니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픽셀 2에서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진부함이 철철 넘치는 물건으로 어떻게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픽셀로 교훈을 얻지 못한 건가…
차피 폰 바꾸려면 적금 하나 깨부숴야 하니 당장 살 물건은 아니고 2~3년 뒤에나 바꾸겠지만 그냥 푸념이나 한번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