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는 제가 나이가 어려서인지는 몰라도 일본은 모든 게 한국을 압도하는 곳처럼 보였습니다. 일본 2위 도시인 오사카가 한국 1위 도시인 서울보다 나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난바역과 신오사카 역, 우메다 역은 서울역보다도 더 크고 사람이 많아서 충격을 받았었죠. 쇼핑몰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조차도 지붕이 쳐져 있었으니 말 더했죠. 가전 제품, TV 등은 한국제와 비교 불가능한 세련된 디자인과 각종 편의 기능이 있어 놀라웠고, 과자조차도 비쌌지만 한국 과자와 다른 고급스런 맛이 느껴졌었어요. TV 프로그램도 화질과 구성 자체부터가 압도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이토록 나나 싶었고 그냥 일본에서 살고 싶더군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일본에 돌아다닐 때는 여전히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달리고 있는데 일본은 천천히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본은 거의 변화가 없을 때 한국의 서울역과 동대구역 등은 건물만 보면 일본보다도 한 시대 더 최신으로 뜯어고쳤고, 전자기기는 일본과 비교해 뒤쳐지지 않게 됬고, 각종 인프라도 정비되었죠. 인터넷은 오히려 한국이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하도 일본을 보아오면서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장기불황이 지속되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01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일본은 새련되기보다는 오히려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게 됩니다. 정확히는 일본은 90년~2000년 초의 풍경을 간직한 화석 같이 느껴집니다. 그나마 도쿄는 좀 발전하는 티가 나는데 오사카는 난바와 우메다 등 관광객 몰리는 데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 시절의 풍경이 보입니다. 90년대의 주택, 90년대의 시장풍경이 간판이나 지붕 등 리모델링 없이 그대로 보이죠. 지하철엔 스크린도어가 없고, (유)스시님 말씀대로 폰으로 문자 보내기 힘들고 은행거래도 한국처럼 24시간 운영과 폰뱅킹은 없다시피 하고, 카드도 받는 가게 안 받는 가게가 반반입니다. 인터넷 속도도 한국만 못하고, 일본의 방송도 묘하게 스타일이 90~2000년대 초에서 그대로 같습니다. 특히 폰트와 뉴스 등이요. 예능 등은 오히려 더 개악된 부분도 있고요. 무엇보다 일본인들에게서 웃음과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으며 양복 입은 셀러리맨을 보면 확연히 느껴집니다. 물론 아직도 일본이 한국보다 앞선 건 부정하지 않지만 격차가 옛날에 비하면 매우 좁아진 겁니다.
즉 제가 느낀 일본의 분위기는 90~2000년대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한국은 같은 거라도 1년만 안 가면 해맬 만큼 변화가 너무나 빠릅니다. 발전 속도도 너무나 빠릅니다. 옛날에는 전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수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규모나 기업 등은 몰라도 인프라와 삶의 질 등은 거의 따라잡거나 오히려 압도하는 느낌입니다. 만약 일본이 앞으로도 이대로 있다면 한국이 따라잡는 것도 말이 될 것입니다.
P.S 일본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안다기보다는 느끼고 있어요.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산요, 샤프 등 굴지의 기업이 삼성과 LG, 하이얼 등에게 털리거나 잡아먹혔죠. 삶도 팍팍한데 공동체주의의 폐혜(잔업, 회식, 갑질 등)은 변한 게 없습니다. 그러니 넷우익 등이 나타나고 블랙 기업 등의 횡포가 회자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