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9시 뉴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오늘같은 날, 뉴스를 틀어놓고 다른 사이트를 눈팅하다가 우연히 디씨 힛갤에 공기청정기 자작한 것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충 보니 캐빈 필터(소위 말하는 자동차 에어컨 필터)와 박스 팬 또는 팬 여러 개를 조합한 것 같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도 저런 걸 만들어볼 수 있을까 생각하여 몇 가지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먼저, 캐빈 필터에 대해 검색해 봤습니다. 캐빈 필터는 몇천원 수준의 저렴한 것부터 6~7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던데, 그 성능은 천차만별인 모양이더군요. 미세먼지 중 가장 거르기 힘든 것은 0.3 μm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HEPA 필터의 성능은 이 사이즈의 미세먼지를 기준으로 한다거나, 근래에는 필터에 활성탄을 도포하여 미세먼지뿐만이 아니라 냄새 등도 잡는 소위 “콤비 필터”라는 것이 있다거나, HEPA 필터의 경우 공기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아직 자동차에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정보도 얻었지요. 다음 글에 따르면, 콤비 필터 중에서는 말레의 LAK 제품군의 성능이 좋은 것 같습니다.
- 미세먼지를 진짜 제거할 수 있는 차량용 에어컨필터는?
https://joonnoh.net/2017/09/13/미세먼지를-진짜-제거할-수-있는-차량용-에어컨필터/
그리고, LAK 제품군의 상위 등급(최상위)으로는 LAO라는 제품군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건 암모니아와 같은 악취까지도 어느 정도 잡아준다는 모양이네요. LAK/LAO 제품 중 가장 저렴한 것은 품번 888번으로, 아우디나 폭스바겐 차량에 들어가는 제품입니다. 크기는 253 × 235 × 30 mm.
- MAHLE LAK888 캐빈 필터 (13,900원)
https://www.euroclass.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430 - MAHLE LAO888 캐빈 필터 (19,400원)
https://www.euroclass.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68
이런 필터를 사용하면 공기청정 성능은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걸 사용해서 공기를 걸러낼 때, 항상 팬을 돌리고 있으면 필터의 수명이 빨리 끝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미세먼지 농도 센서와 아두이노를 결합하여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팬 출력을 제어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먼저, 미세먼지 농도 센서에 대해 검색해봤습니다.
찾아보니, 저렴한 가격의 먼지 센서는 대개 광학식 탐지기법을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어두운 방에 빛 줄기를 비추면 공기 중의 먼지가 드러나듯이, 적외선 LED로 빛을 비춘 후 센서 안을 지나가는 공기 속 먼지에 빛이 반사되면서 생기는 광량의 차이를 수광부를 통해 전압 등으로 변환하여 먼지의 양을 알아내는 방식이더군요. 아두이노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미세먼지 센서로는 GP2Y1010AU0F와 PPD42NS라는 물건이 있는 모양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PPD42NS가 더 나은 것 같아요. LG 공기청정기와 같은 상용 제품에도 사용되는 걸 보면 말이죠.
- http://www.hardcopyworld.com/ngine/aduino/index.php/archives/1485
- https://blog.naver.com/darknisia/221222455928
- https://blog.naver.com/darknisia/221293792853
- https://blog.naver.com/twophase/221140988401
그런데, 이런 광학식 먼지센서는 사용 전에 먼저 자체적으로 교정을 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먼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의 출력치와 먼지가 많은 상태에서의 출력치를 재어, 그 값을 바탕으로 먼지 농도를 계산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당연히 이런 과정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공장에서 미리 교정되어 나오는 센서를 선택하면 가격이 2~3배 이상으로 확 뛰고 말이죠.
이쯤에서 슬슬 현자타임이 찾아옵니다. 사실 저는 아두이노나 전자회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아두이노에서 나오는 제어 신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팬의 출력 제어에 사용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죠. 어떤 팬을 골라야 하는 것인가도 그렇습니다. 캐빈 필터로부터 공기를 충분히 흡입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할 텐데, 그런 분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구조를 설계하는 것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공기청정기 DIY 키트 같은 것이 있는가 찾아봐야 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좀 찾아보니, 부품만 갖춰진 DIY 키트보다는 아예 반제품이나 완제품 종류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골판지로 되어 있어서 직접 조립해야 하는 반제품도 있고, 선풍기에 달아서 사용하는 HEPA 필터도 있네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누가 완전 오픈소스로 캐빈 필터를 사용하는 공기청정기 설계도 및 부품 구하는 법과 조립하는 법 등을 안내한 가이드를 배포했으면 좋겠다 싶네요. 수동으로 팬을 켜고 끄는 염가형과, 먼지 농도에 따라 팬의 출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고급형으로 나눠서 배포하면 더 좋겠고요. 근데 안 될거야, 아마…
그래서 CA인증과 AHAM인증을 동시에 받은 제품 리스트를 짜서 (수출명과 내수명이 달라서 애먹었습니다) 당시 적절했던게 W사 제로였고 2.0이 인증 받기 전이지만 받을거라는 베팅을 했습니다. 다행히 인증은 받았고 대충 8평 공간 수준에서 쓴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