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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쓰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글쓰기보다는 커피의 비중이 더 큽니다. 아직은 가스불에 콩 볶아 먹는 수준이지만, 얼마 전에 해외 유명 로스터리 몇 군데에서 원두를 시켜다 먹어본 게 좋은 자극이 된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커피는 후각과 미각이 위주가 되는 취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커피를 먹어도 온라인상으로는 그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동호회활동이나, 하다 못해 전문 매장에 틀어박혀 사장님과 친분을 맺는 것으로 어느정도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제 거주지에서는 어느 쪽도 영 마땅치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커피는 혼자서 조용히 즐기고 있습니다.

대신 그 공유의 욕구를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커피는 좋은 연료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카페인의 각성 효과보다도, 그 복잡한 향과 맛이 가져다주는 감성적 효과가요. 커피에는 커피만의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연료가 있다고 해서 불이 항상 잘 타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나선 지도 꽤 되었습니다. 헤아려보니 조금만 더 있으면 이제 한 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시작과 끝이 둘 다 있는 글을 써서 내보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저를 작가라고 자칭하지 않습니다. 그저 취미로 소설을 쓰는 일반인일 뿐입니다.

처음 그렇게 다짐을 한 배경에는 물론 영감이 있었습니다. 판타지 세계관의 영감이요. 개념상의 용사가 있고, 마왕이 있는 검과 마법의 세계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판타지나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녹색 피부를 한 오크가 나오고, 키가 작지만 영악한 고블린이 나오는 뻔하다면 뻔한 세계를 그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현대인이 모종의 이유로 그러한 세계에 떨어진다던가, 사실은 가상 현실 게임을 배경으로 한다던가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창의적 욕구를 발산시키기 위해 글을 쓰는 거지, 쉬운 출구를 찾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큰 야망을 품는다고 해서 그만큼 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형편없이 글을 쓰는지는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입니다. 뼈저리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지금까지 써 온 수천 자, 수만 자를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아예 첫 장부터 다시 글을 써 보기도 했고, 이야기와 인물간의 구조를 확 바꾸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도 일단 도끼가 있어야 가능한 말입니다. 결국에는 저도 제 깜냥에 판타지 소설은 택도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은 계속 쓸 겁니다. 정통 판타지 소설이 독자와 화자 사이의 시공간적 분리에 의해 제대로 쓰려면 그만큼 작가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면, 제 역량에 맞는 글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기존 개념으로서 국가의 역할이 흐려지고, 재벌 기업들이 국가를 대신하고, 인간의 생명이 경시되고, 뭐, 대강 어떤 세계인지 아시겠지요. 사실 이미 써나가기 시작한 지 꽤 되었습니다. 이미 한번 뒤엎고 다시 쓰고 있는 정도이니까요.

원래 쓰고자 했던 판타지 이야기는, 우선은 잘 접어 서류철에 끼워놓으려 합니다. 언젠가 제가 제대로 된 정통 판타지 소설을 쓸 만큼의 자신감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다시 그 세계를 되돌아 볼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통 판타지에서 벗어나 현대 판타지로 방향을 선회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가정 중에서도 가정에 불과하지만 아예 포기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글쎄요, 어떨까요. 기대해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제가 어디까지 와 있나 한번 소리내어 짚어보는 계기로 글을 써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만 하고 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편 소설을 하나 썼거든요. 어제 저녁동안 후다닥 써내려가고, 최소한의 검정이나 편집 과정도 거치지 않은 글이지만요. 커피로 따지면 간도 안 보고 대충 볶은 원두지만, 그래도 글은 온라인 상에서도 전달이 어렵지 않으니 한번 나누어 봅니다.

잠시 배경 설명을 들어가자면...

외국 커뮤니티인 레딧에는 수많은 주제를 다루는 서브레딧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r/WritingPrompts는 누가 제목으로 주제를 올리면 그 주제에서 뻗어나간 짧은 글을 써 댓글로 돌려보는 곳입니다. 종종 참신한 주제에 참신한 글이, 가끔씩은 식상한 소재이지만 그런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서 쓴 명문이 나와 레딧 대문에 걸리고는 합니다. 어제도 그런 화두가 하나 탁 던져졌습니다.

https://www.reddit.com/r/WritingPrompts/comments/cgd3cu/wp_following_death_you_woke_up_in_a_classroom_to/

"죽고 나서 눈을 떠 보니 한 교실에 와 있었다. 거기서 부활능력시험을 치게 되고, 점수를 받아 보니 대강 찍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만점을 받았다. 그 결과로 지난 일이천년 이래 최초로 신으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라는 주제입니다. 보통 이런 게 대문에 걸리게 되면 제일 점수가 높은 댓글 정도만 단편소설 삼아 읽어보고는 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댓글을 읽었는데, 뭔가 부족했습니다. 내가 썼으면 다르게 썼을 것 같은데, 이렇게 쓰는 것보다는 저렇게 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도입부를 마무리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어제 잠을 조금 늦게 자는 대신 대충이나마 한 편의 단편소설을 완성했습니다. 완성이라고 하기에는 오타도 있고, 표현이 영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고, 여러 부분에서 부족하지만요. 그렇지만 일단은 그런 거친 초벌이나마 한번 공유를 해 봅니다.

(PDF로도 올리고 싶은데 마땅히 올릴 방법이 없군요...)

글쎄요. 여기에서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쓰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른 구상중인 이야기와 합쳐질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름 애착이 갈 정도로는 쓰여진 것 같습니다.

이게 대중 앞에 공개하는 제 첫번째 글입니다. 마지막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럼 총총.

 

 


  • profile
    SsZImmY      RTX 3080 사이버펑크 에디션(아님)   2019.07.24 14:16
    글쓰는것, 그중에서도 고증을 지키며 써내려가는건 비소설류 글 쓰는것보다도 힘들죠. 하지만 일개 독자로서 글쓰는건 못해도 양질의 글을 읽고싶은 욕망을 채워주는건 역시 계속해서 발전하려 노력하는 작가들인거 같습니다. 나중에 저같은 독자들의 욕망을 채워줄 소설 기대하겠습니다.
  • profile
    마커스 2019.07.24 23:46
    단순히 고증을 지키는 것도 일이지만, 그보다도 정통 판타지는 화자가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너무 제한이 되는 게 힘들더군요. 예를 들자면 현대에서는 '아스팔트 냄새' 나 '휘발유 냄새' 같은 표현을 쓸 수 있지만, 중세풍의 세계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고 자연에 대한 묘사만 하자니 그것도 한계가 있고, 이래저래 제 능력이 모자람을 크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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