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잠실역 인근에서 한 6개월 이상 머물러야 하는 일이 있어서, 잠실역 인근의 고시원 혹은 원룸텔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발품을 판 결과, 1달에 40만원 미만의 고시원은 거주환경이 영 좋지 않아(침대에서 발을 뻗을 수가 없을 정도) 제외하고 40만원 1곳과 50만원 1곳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40만원인 곳은 방이 좁고 살짝 지저분한 대신 엘리베이터와 1층에 경비원이 있고, 50만원인 곳은 최근에 새로 만들어져 화장실 안에 미니 세탁기가 있을 정도로 시설이 좋지만, 제가 애초에 예상했던 예산 1달 40~45만원을 초과한다는 점과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참고로 50만원인 곳을 선택하면, 오늘 저녁에 있을 롯데월드 불꽃놀이를 옥상 특등석(?)에서 볼 수 있다는 특전이 추가 증정됩니다?
여하튼 그래서 인근 고시원들을 둘러보고 나니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마침 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폰을 충전하며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니 PC방이 있더군요. 요즘 PC방은 아예 음식점으로 등록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말이지요. 그래서 길가에서 눈에 띄는 PC방 1곳을 찾아 2시간 선불로 결제하고 음식을 시켰습니다. 참고로 제가 마지막으로 PC방에 간 것이 한 8년인가 10년 전인가로 기억합니다.
- 가격은 비회원의 경우 40분에 ₩1,000원입니다. 저는 2시간 선불이니까 ₩3,000원.
- 요금을 자판기로 받네요. 카드 결제도 됩니다.
- 자리에 스마트폰 충전용 단자가 3개나 있습니다. 마이크로 USB, 라이트닝, USB-C까지. 그래서 폰 충전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네요.
- 제가 앉은 자리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텔 코어 i5-9400F@2.9 GHz CPU
- 메모리 16 GB
- 엔비디아 RTX2080
- 32인치 1920×1080@165 Hz 모니터
- 앱코 K170 카일 광축 키보드 (청축, 흰색, PC방 OEM 납품용)
- 듀얼 마우스
- 로지텍 G102IC (일반 G102의 PC방 납품용)
- ROCCAT Kone Pure 2017 i-Cafe edition (이것도 PC방용 모델)
- 마우스 번지
- USB 헤드셋
- 사운드바
- 노하드 시스템
- 윈도우 10 Pro 1709 64비트
- 32인치라는 모니터 크기는 살짝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한눈에 모든 내용이 들어오는 27인치를 더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32인치는 일반적인 사용 거리에서 한 눈에 모든 것이 다 안 들어옵니다. 근데 165 Hz는 레알 신세계네요. 마우스 커서 움직이는 것부터가 다릅니다. 저는 60 Hz를 넘는 모니터를 지금껏 직접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음에 모니터 살 일이 있으면 진지하게 120 Hz가 넘는 리프레시율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음식은 엄청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돈까스덮밥(₩5,000원)을 시켰는데, 알바가 실수로 일반 돈까스가 아니라 치즈돈까스로 해버렸더군요. 500원 비싼 메뉴인데 그냥 원래 가격에 해준다기에 그대로 먹었는데, 제 입맛에는 조금 짠 느낌이었습니다.
- USB 헤드셋은 저음이 강조된 느낌입니다. 게임 하기에는 그럭저럭이겠지만, 음악을 듣기에는 좀 별로네요. 그래서 가지고 있던 이어폰을 사운드바에 꽂아 봤는데, 음량을 줄여도 없어지지 않는 화이트노이즈가 심해서 그냥 포기했네요.
- 좀 전까지 제 옆옆 자리에 앉아 있던 20대 남자들은 좀 거슬리더군요. 배틀그라운드를 하던데, 입에 욕을 달고 있는 거야 그러려니 하지만 말 끝에 일부러 “~노”를 붙이는 일베식 말투를 쓰는 건 꽤나 거슬렸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랑 착각한 건 아닙니다. 제가 경상도 사투리 네이티브라서 알 수가 있었고, 또 그 사람들은 흥분하면 보통 말투가 그대로 나오더군요. 일베가 망했니 어쩌니 해도, 일베가 미친 영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 누군지는 몰라도, 화장실 세면대에 화장지를 집어넣어둔 빌런이 있네요.
하여튼, 시간 때우기에는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이제 선불 시간이 5분 정도 남았군요. 어느 고시원을 택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할 시간입니다.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