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영화관을 꽤 많이 갔습니다.
우리집:
윤가은 감독의 전작 '우리들'을 너무 좋게 봐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좀 실망했습니다. 전작이 정말 내 주변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후벼 파놓은 느낌이라면, '우리집'은 조금 더 작위적인 전개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아역배우들 연기도 튀는 부분이 있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능력이 가장 출중한 감독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벌새:
이것도 기대했는데, 좀 실망한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그걸 전달하는 인물과, 영화의 배경이 매끄럽게 맞아 떨어지지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사들은 부자연스러워지고, 행동에는 공감이 안 되구요.
메기: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되게 새롭고 재치있는 영화였어요. 단편 여러 개를 억지로 묶어놓은 느낌이 안 난 건 아닌데, 영화 자체의 센스에 매료되니 그것마저 장점으로 보이더군요.
조커:
의심의 여지 없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빛나네요. 사실 그의 연기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고.... 다만 히스 레저가 연기한 '천재지변'이나 '끝을 알 수 없는 혼돈'과 같은 악당 조커를 기대하신 분은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타란티노가 드디어 늙었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타란티노 중 가장 따뜻한 영화예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고, 영화 자체는 되게 좋았어요. 타란티노가 이제 마지막 영화를 남기고 자신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또 영화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표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애드 아스트라:
브래드 피트의 열연은 훌륭하고, 우주를 담은 미장센은 장엄할 정도로 아름다운데, 영화의 주제의식이 제가 보기엔 그 장엄함에 한참 못 미쳐서 그 괴리 때문에 영 별로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전해야 했던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이 자꾸.
미드90: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유약한 소년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부딪히고 깨지고 하는 과정을 아주 낭만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분명 제가 겪어본 적 없는 9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개인적으로는 벌새보다 더 와닿는 게 많았습니다.
예스터데이:
비틀즈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만이 그들을 기억한다면? 이라는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로 굉장히 뻔한 로맨틱 코메디 이상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조커는 한 번 더 봐야겠어요.
한 번으로는 평가하기가 좀 애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