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2019)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는 시놉시스도 보지 않았고, 다만 줄거리에 대한 호불호가 꽤나 심하게 갈린다는 정도만 알고 봤습니다.
- 영화를 다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종류의 문제의식은 예전부터 몇몇 작품들에서 다루던 것인데, 신카이 마코토는 여기에 현대 일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자기 취향대로 세카이계 테이스트를 섞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가 생각나더라고요. 아마도 줄거리 디스 지분의 반 정도는 이 세카이계 테이스트가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 저야 뭐 예전에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봤었으니까 세카이계 테이스트 같은 건 별로 거부반응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진 부분들은 몇 군데 있었습니다. 특히 아쉬웠던 건 주인공 호다카가 경찰서에서 도망쳐나올 때부터 폐빌딩 옥상 토리이를 통과할 때까지의 구간이었습니다. 주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었던 것은 알겠지만, 너무 부자연스러웠죠.
- 저는 위에서 언급한 구간에서 현실의 일본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도쿄를 강타하여 막대한 피해가 났었죠. 도쿄의 지하에는 빗물을 임시 저장하는 거대한 터널이 여럿 있는데, 이번 태풍 때 폭우로 이 시설이 거의 다 들어찼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로 슈퍼태풍이 계속 생겨날 텐데, 인간은 언제까지 자연의 힘 앞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 딴 이야기인데,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지만 영화 곳곳에 상징이나 은유, 복선이 상당히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근데 자막은 그런 걸 담아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뭐, 자막 없이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암시되는 것들도 상당히 많았죠.
- 깨알같은 요소 중에는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의 등장인물들이 까메오로 상당히 비중있게 등장하거나, 여주인공 남동생의 여친들(?!) 이름이 사실은 성우장난(성우 이름을 그대로 캐릭터 이름으로 사용)이었다거나 하는 것들도 있어서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그런 것들도 있습니다. 뭐 이런 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몰라도 상관은 없는 그런 거죠.
- 뜬금없는 뻘생각이지만, 높은 하늘로 올라갈 때는 충분한 방한대책과 산소통을 준비해가도록 합시다. 안 그러면… (대충 그러면 죽어요 짤)
- 무리하게 누나처럼 보이려고 하는 연하 캐릭터가 왠지 요오망해보이는 건 저뿐인가효 (아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