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쓰던 마우스는 로지텍 G402입니다. 사이드 버튼이 여러 개라서 탭 닫기나 음량 조절 같은 것도 간단하게 가능한 점이 참 마음에 들던 녀석이었죠. 문제는 요즘 들어서 가면 갈수록 휠 스크롤이 답답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크롤을 여러 칸 내려도 한두 칸밖에 안 내려가는 것이죠.
처음에는 PC가 버벅이거나 하는 줄 알고 웹 브라우저에 띄워진 탭 수를 줄이거나 마우스 휠 스크롤 양을 2배로 늘려봤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우스를 의심하게 되었고, 웹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에서 다음 코드를 입력하여 휠 이벤트 발생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해 봤어요.
window.addEventListener("wheel", event => console.log(event));
이렇게 하면 웹 페이지 안에 마우스 커서가 있을 때 휠을 굴리면 개발자 도구 콘솔에 해당 이벤트에 대한 내용이 출력됩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휠을 한 칸 올리거나 내릴 때마다 이벤트도 하나씩 출력되지요.
구글 크롬에서 개발자 도구를 통해 위 코드를 실행하고, 웹 페이지 안에서 마우스 휠을 한 칸 내렸을 때.
그랬더니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G402에서는 휠을 여러 칸 굴려도 이벤트가 한두 개씩만 뜨는 것이었죠. 검증을 위해 맥북에서 쓰던 무선 마우스를 꽂아서 테스트해 보니, 이 녀석은 휠 한 칸을 굴릴 때마다 이벤트가 하나씩 뜹니다.
아마도 지금껏 쓰던 G402의 휠 인코더에 먼지 같은 것이 잔뜩 낀 것이 아닌가 싶은데, 문제는 로지텍의 고객상담센터에 연락하여 시리얼 번호를 조회한 결과 서비스 기간은 간당간당하게 남아있지만 중국에서 건너온 병행수입품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자체가 안 된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서비스가 안 된다니!
예전에 기글에 올라왔던 글처럼 마우스를 뜯어서 휠 인코더에 무수에탄올이라도 부어볼까 싶기도 하지만, 무수에탄올을 어디서 구하느냐는 둘째치고 마우스를 어떻게 뜯어야 할지부터가 난감합니다. 제가 손재주가 없어서… 아무튼, 이거 살 때는 병행수입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구매했지만 다음부터는 병행수입품은 가급적 피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