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탑 PC는 그동안 이런저런 트렌드가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오고 있었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근본적 기술 한계에 부딪쳐서 어떻게든 바뀌지 않을까... 싶어서 아무 생각이나 막 적어봤습니다.
어떤 것은 다들 생각할 법하고, 어떤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체역사물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이 중 한개쯤은 이미 다가오고 있거나 미래에 실현될지도요?
1. 고도로 발달한 일체형 수랭
과거에는 일체형 수랭도 곧 터질거라며 불신때문에 안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어느 수준 이상의 시스템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렇지만 라디에이터를 120mm*3열로 확장해도 커스텀 수랭에 비하면 태생적으로 빈약한 펌프 성능과 적은 물 용량으로 성능 한계가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흙수냉 프로젝트처럼 일체형 수랭을 병렬로 붙여쓰는 용자가 나오는 것이죠...
메이저 제조사에서도 커스텀 수랭 못지않은 성능을 내게끔 강려크해진 펌프와 커진 리저버를 내세운다면? 공장에서 빌드해서 누수 걱정도 훨씬 적고 보증도 길다면? 그렇다면 가격이 관건이겠네요....
사족으로, 저는 팬의 RGB LED를 싫어하지만 수랭 수조에서 나오는 불빛은 작은 어항을 보는 것 같아서 심신이 편안해집니다. 좀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해파리 수조를 샀을 텐데 말입니다.
2. 특이점이 와버린 쿨러
쿨링에는 늘 딜레마가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냉각 성능을 올리려면 팬이 더 빨리 돌아야 하고, 그러면 소음이 커지고, 그게 싫으면 덩치를 키워야 하고, 그러면 컴퓨터가 거대해집니다.
그런데, 쿨러가 아무리 시끄럽고 커도 거의 거슬리지 않으면서 수천 와트라는 거대한 열을 군말없이 냉각해주는 쿨러가 이미 우리들 집에 있습니다. 에어컨 실외기라고...
미래에 데스크탑의 전력 소모가 계속 증가하다가는 본체는 실외기처럼 거대해져서 구석으로 추방되고, 필요한 디스플레이 및 I/O 주변기기 선만 방으로 끌어와서 진정한 무?소음? 시스템이 되지도 않을까요?
아니면 여기서 나온 온수를 난방이나 목욕에 써서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는 것도 좋겠네요. 수영장 밑에 데이터센터나 먼 과거 컴갤 흙수저 수냉처럼 말입니다.
https://www.inven.co.kr/board/overwatch/4538/908855
다만 현재의 하드웨어 흐름은 예쁜 RGB 전시장에 가까우므로 이건 지극히 실용적이기만 하고 볼거리가 없어서 인기가 없을 것 같습니다...
3. 뚜껑 없이 파는 CPU
오히려 옛날에는 다이에 뚜껑이 없었습니다.
쿨링핀을 달아 썼는데, 팬을 다는 것은 몇몇 오버클러커 컴덕들이나 하는 행위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때 살지 않아서 모릅니다)
CPU의 전력 차력쇼가 심해지면서 90도만 안 찍으면 착한온도(?) 가 되는 시대가 되어서...
어느 수준 위로는 뚜따는 필수고 아예 다이렉트 쿨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조사에서 아예 하이엔드 K 모델 중에서 뚜껑 없이 팔지는 않을까요? 쿨러 달다 깨진 모서리는 보증에서 빼기로 하고요...
현실적인 요소를 전부 제거하고, 오로지 이상적으로만, 제가 CPU 설계자라면 다이의 네 구석에 로드셀이나 스트레인 게이지를 달아서, 모서리를 깨지 않으면서 최적의 장력을 맞출 수 있게끔 해보고 싶습니다.
적어도 지금 쿨러 제조사들은 PCB가 휘지 않는 최적의 권장 토크를 제시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합니다.
4. CPU-메인보드 통합 혹은 메인보드-RAM 통합
다른 어느 전자기기와 비교해봐도 PC는 구성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거의 대충 갖다 붙여도 다 붙는 호환성 덕분인데,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서 오래가기 힘들지 모르겠습니다.
배선의 물리적인 신호 전송속도가 발목을 잡는 이상 (이것도 수십년간 엄청난 노력으로 올려오기는 했습니다)
더 빠른 대역을 위해서 CPU의 핀 수는 계속 증가하고 결착 방식도 PGA에서 LGA로 변화했습니다.
혹자는 인텔의 메인보드 업체 물먹이기... 라고 LGA 전환 당시에 얘기하기도 했으나 PGA보다 LGA가 더 신호 전송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미 기글 뉴스에 올라왔듯이 몇몇 서버용 CPU는 핀이 너무 많아서 메인보드인지 핀 셔틀인지 모를 지경인데, 이렇게 되면 CPU가 BGA 형태로 보드에 납땜되어 일체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랩탑처럼요.
다만 메인보드는 태생적으로 패시브 소자가 많고 잔고장이 잦은데, 그걸 수리하지 못해서 CPU까지 폐기하게 되면 대단히 아까울 것 같습니다. 후면 I/O나 소켓 부분은 도터보드 식으로 만들면...?
반대로 현재 램을 끼우는 DIMM 소켓은 오랫동안 믿음직하게 작동해 왔지만, 램이 고속화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바뀌기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델이 제시한 랩탑용 LGA 압착식 메모리라던가, 메인보드에 납땜하는 식으로요.
지금도 DDR5에서는 뱅크 수가 많아지면 신호 정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서 클럭이 잘 안 나오는데, 신호의 노이즈는 소켓간의 물리적인 배선 거리와 직결되므로, 납땜하여 CPU-RAM을 최소한의 거리로 붙이게 될 것도 같습니다.
5. VR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한 모니터의 종말?
VR 세상에서는 더는 컨텐츠가 모니터의 물리적인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시야 360도를 전부 화면으로 채우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요. 지금 수준에서는 VR에서 가상 모니터를 띄우면 자글자글하고 눈에 피로가 심하지만 micro LED 기술의 발전으로 초고해상도 VR이 등장한다면 모니터가 오히려 구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가 종이 만화책 시대에서 컴퓨터로 '끝없이 이어지는 페이지의 만화'(현대의 웹툰)가 등장할 것을 예언한 것처럼, VR 시대에는 VR이 무한 화면의 모니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크고 많은 모니터는 책상의 다른 모든 공간을 희생한다 쳐도, 고성능 오디오와는 필연적으로 사이가 안 좋아서 (스피커가 크고 반드시 정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VR의 힘으로 모니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스피커가 득세하거나 반대로 모니터가 더 커지고 북쉘프 스피커가 몰락해서 사운드바, 헤드폰 정도로 대체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트리플 모니터 쓰시는 분들은 모니터를 안 가리는 사운드바를 많이 쓰시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6. M.2 슬롯의 확장? 아니면 더이상 확장할 필요가 없는 시대?
M.2 SSD는 PC 빌드에서 정말 편합니다. 나사 하나만 꽂으면 끝이니 참 좋은데, 보드에 기껏해야 두개 있다보니 증설하려면 골치아픕니다. 확장 보드를 사거나 2.5" SATA 구식으로 회귀하거나...
더 많은 슬롯의 요구가 커지면 메인보드에서 확장 보드를 끼워주거나 M.2를 다단으로 꽂을 수 있는 큰 슬롯이 나올까요? 아니면 반대로 OTT, 스트리밍의 발달로 내 하드에 영상을 넣을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으니 예전처럼 스토리지를 잔뜩 꽂을 이유가 사라지게 될까요?
더 잘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옛날 얘기를 하자면, 과거 하이엔드 PC라면 1만 rpm의 랩터 HDD를 레이드로 구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2개를 직렬로 묶으면 하나만 터져도 멸망하므로 하드 4개로 1+0 레이드를 하거나 레이드 5, 6 구성을 썼었죠. 아주 많은 3.5" 베이가 필요하던 시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