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한 10년전이었을겁니다.
공부도 못 하던 놈이 운 좋게 점수가 잘 나와서 정시로 상대적으로 괜찮은 대학의 컴공에 붙었습니다.
한창 좋아하면서 그 때 당시 친구들끼리 한창 하던 WoW(저희 수능 끝날때쯤에 한국섭 리치왕 확장팩이 풀렸었죠)를
친구들과 같이 하기 위해 켜는 순간 에러가 뜨더라구요.
그 때 까지만 하더라도 그럴수도 있지 하며 게임을 재설치 하였는데 그 빈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거기에, 이젠 윈도우 마저 부팅이 가끔 문제가 생겨서 뭘 해볼수도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뭔가 잘못됬나 싶어 이리저리 만지다가, 순간 하드 디스크가 의심이 들어
Win PE로 부팅하고 HDtune을 켜고 하드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PC 세팅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Q6600
기가 GA-P35-DS3P
DDR 2 6400 8GB
GeForce 8600GTS
여기에 달린 하드가
WD 랩터 740 ADFD 74GB *2 (레이드 0)
후지쯔 80기가 하드(예상연령 당시 6세)
매트록스맥스터(?!) 40gb 하드
이렇게 세 개 달려있는데,
랩터 : 둘 다 배드가 사이좋게 두자릿수
후지쯔 : 악명높은 후지쯔치고 오래 살아남았지만, 세월에 흐름에 이기지 못하고 틱틱 거리며 스핀업이 매우 느림
맥스터 : 배드는 없으나 너무 노쇠하시어 이걸로 윈도우 깔면 도저히 쓸게 못된다는 결론에 도달
하여 랩터 두마리는 RMA 가능 기간에 간신히 걸려 RMA를 보내고
후지쯔는 맥스터에 정말 중요한 내용만 백업 후 폐기처분하며
맥스터는 그 데이터를 담은채로 5년된 알루미늄제 새로텍 IDE 하드박스(외장하드)에 담겨져서
메인 PC에 물릴 하드 하나도 없는 상태로 랩터가 RMA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점점 RMA 날짜가 지연되어가며 마침내 개학을 하게 됩니다.
컴공인 주제에 당장에 쓸 수 없는 컴퓨터가 전무하다는걸 알아챈 가군은,
임시방편으로 학창시덜 PMP대용으로 함께하던 UMPC에 작업에 필요한 환경을 쥐어짜내게 됩니다.
AMD 지오드 LX800에 램 512MB 버전입니다. 256보다는 그나마 좀 낫습니다.
여기에 VGA 어댑터를 달아 모니터를 연결하고,
USB 유전원 허브 하나 사서 키보드 마우스를,
남는 포트엔 무선랜을 조합하여 버팁니다.
이거 가지고 비주얼 C++조차 좀 버거워, 노트패드++로 코드를 치고 그걸 비주얼에서 불러서 컴파일하는데,
정말 몇줄 안되는 코드 가지고도 참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모니터가 FULL HD 급인데 1920*1080을 지정하면 모든 동작이 버거워져서 1280*720으로 내려 쓰는데,
픽셀 매치가 안되니 정말 모니터 보기가 싫어질 정도였죠.
이 작업환경이 너무 고통스럽고 RMA는 기약이 없으니
하드를 컴퓨존을 통하여 급하게 하나 공수를 하게 되는데,
그때 당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한번도 100gb 이상의 단일 하드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당시 가장 무난한 선택이었던 WD 블루 500G를 제끼고 WD 그린 1테라를 삽니다.
처음 하드를 받아 윈도우 설치하고 업데이트를 내려받고 할 때 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원래 그 때 당시만 해도 윈도우 설치는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고, 업데이트도 한 세월 걸렸으니깐요.
거기다가 여러가지 사정으로 2주동안 UMPC를 메인 작업환경으로 써오던 저에게는 뭐가 됬든 좋았죠.
그렇게 세팅을 하고 나흘이 지났습니다.
그 나흘까지는 프리패치 한다고 신나게 하드를 긁어댔으니, 약간 응답 느린건 그것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죠
물론 랩터가 워낙 빠른 물건이어서 역체감이 느껴진다고도 생각을 했구요
하지만 나흘이 지나고 하드 긁는 소리가 잦아들자,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옵니다.
잠깐 딴 일 한다고 어디 갔다가 돌아와서, 뭘 할려고 내 컴퓨터라던가, 프로그램이라던가를 더블클릭하면
"틱 위이이이이잉~" 하는 소리가 들리고 5초 뒤 부터 뭘 하려고 들더군요.
처음에는 "오 요즘 최신하드는 평소에도 하드 파킹을 해서 절전을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 빈도가 너무 잦습니다. 인터넷으로 뭐 보다가도 그렇게 5초 딜레이되니 너무 힘들었어요
프로세서의 파워를 제하자면. 그런 딜레이류는 차라리 UMPC가 나을 정도였습니다.
그 사이에 한달을 넘게 RMA 가있던 랩터가 도착했지만,
미리 유통사에 주소변경을 안 한 죄로, 이 랩터는 기존 주소지인 집으로 가버립니다.
그렇게 한 주를 더 고통받다가, 그 다음 주 주말에 랩터로 다 갈아엎었습니다.
그 사이에 WD 블루 500도 하나 더 사다가 프로그램 올림+핫스토리지 용도로 쓰고
그린 1테라는 포멧 후 오직 자료 저장만으로 사용하고, 프로그램을 깔아둔다던가 하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쓰다가 군대 갔다오고 나와서 시간이 지나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보니
그 때 당시 시스템은 중고거래로 좋은 분에게 팔려갔고
UMPC는 전역 후 동영상 플레이어 용도로 쓰다가 전원 커넥터가 부러져서 장롱 속으로 들어갔고
거기 물려서 쓰던 삼성 모니터도 책상 위에서넘어지면서 액정이 컵 모서리에 찍혀
옅은 멍을 가지고도 8년을 버티다가 친구에게 넘겼습니다.
중간에 대타로 들어온 WD 블루 500기가는
도시바 3테라 하드가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빼앗겨 장롱속으로 들어갔고
랩터는 SSD의 등장과 함께 삼성 ssd 830 128gb와 자리 교체를 하고,
이 친구조차도 제작년에 850pro 512와 자리를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애먹였던 WD 그린은, 지금도 열심히 하드 파킹을 하고 있지만,
3만시간 넘는 가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 PC의 하드 베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음 PC 케이스 갈이 때엔 요즘 케이스들의 적은 하드 베이 기조에 맞물려 숙청당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