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집은 2층 짜리 다가구의 2층인데, 반지하가 있어 실질적인 높이는 2.5층 쯤 됩니다. 그리고 거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옆집은 1층 짜리입니다. 이런 설명을 하는 이유는 베란다 문을 열면 옆집 지붕이 아주 잘 보인다는 빌드업을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밖에 나갔다 집에 오는데 옆집 지붕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더군요. 왜 올라갔는지는 고양이나 알겠지만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더군요. 그 자리에 햇볕이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지붕 위라면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이 한가하게 지낼 수 있겠죠.
집에 들어가자마자 마누라한테 하던 일을 당장 멈추고 베란다 문을 열어야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하지만 마누라는 합리적인 사람이기에 타당한 이유 없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옆집 지붕 위에 고양이가 있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베란다로 갑니다.
애기까지 같이 3명이서 베란다 창문 앞에 서서 일광욕을 하는 고양이를 구경하는데, 그 동안 창문을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았음이 안타깝더군요. 여기서 창문을 열면 화질은 더 좋아지겠으나 고양이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 그냥 봤습니다.
털뭉치가 온갖 각도로 털을 고르다가 뭔가 안 좋은 촉이라도 느꼈는지, 고개를 딱 드는 순간 베란다 창문 뒤의 3명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지금까지 고양이를 많이 봤는데 이번처럼 고양이 눈이 크고 동그래진 건 처음이네요. 하기사 놀랄만도 하겠죠. 그 누구도 없으리라 생각하고 혼자만의 happy time을 은밀하게 누리고 있는데, 그걸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관음하고 있었다니 얼마나 놀랍고 또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본의 아니게 고양이를 쫒아낸 셈이 됐네요. 알고보니 몹시 위험한 곳이었다며 두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