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간한 자전거 속도계에 달린 네비게이션 기능이 마음에 안들어요. 적어도 핸들바는 깔끔하게 큼지막하고 모든기능 다되는 속도계 하나만 딱 달려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물건들 대부분 네비기능이 마음에 안들어요. 일단 화면이 엄지손가락만하다는거부터가 좀 기분이 나쁘고, 큼지막하고 비싼 물건들이라고 해서 네비게이션이 잘 작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이쪽 업계 1인자인 가민만 봐도 최소 국내 네비게이션 관련되서는 이딴거 쓸려고 이 돈을 냈냐는 평이 대다수고, 대부분의 제품이 한국 지도에 최적화되어있지 않아 네비기능이 항상 모자랍니다. 게다가 아무리 지도가 좋아도 흑백 제품에서는 도로 이외의 정보를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현재 지도기능에서 강점을 보이는 국산 제품인 Trimm One이라는 제품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그저 스크린이 흑백인걸 갖다가 뭐라하는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타입의 스크린이 컬러스크린보다 반사율이 뛰어나 가시성이 좋기도 하죠. 샤프의 메모리 LCD와 비슷한 느낌을 풍깁니다.
그러나 이 제품의 인터페이스에서 그레이 표시는 없습니다. 검은색이냐, 흰색이냐. 이게 다입니다. 회색? 그딴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쉽게 모 아니면 도라고 칭하도록 하죠. 실제로 메모리 LCD 자체의 사양은 계조 표현에 대응하지만, 아마 LCD 컨트롤러나 다른 하드웨어에 그런 기능을 넣지 않았을 겁니다. 절전이 그 이유인 듯.
대조군으로 다른 제품을 하나 가져와 보죠. 메모리 LCD가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의 예인 샤프의 전자노트 WG-S30은 계조 표시를 지원합니다. 아마 16단계일걸요?
이런 고로 트림원의 디스플레이가 아무리 시안성이 높더라도 표시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저 길만 표시하는거. 그게 다잖아요? 옆에 강이 있든 무슨 도로가 있든간에 길은 직선 길이 아닌곳은 빈곳으로 표시될 뿐입니다. 만약 업데이트로 기능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길' 과 '길이 아닌 곳' 외의 무언가를 표시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 투어링에는 그럭저럭 쓸수 있을지는 몰라도 온전히 GPS 기반 지도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죠. 실제로 현재 트림원 지도에는 길 이름도 표시가 안됩니다.
그러므로 속도계를 사는게 어쩌면 제 목적에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을거같아요. 물론 케이던스 심박 이런걸 쓰기에는 아주 적절하지만...
저전력에 안정적인 독자 OS인 Palm OS를 제작하던 회사인 'Palm' 브랜드를 달고 출시한 신용카드 사이즈의 초미니 휴대폰 Palm phone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여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되고, 사이즈도 절륜하게 작아 딱 자전거 마운트에 달기 적당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폰은 서브폰 개념이라 그냥 단독으로도 사용가능하고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https://www.bicycling.com/bikes-gear/a29319964/palm-phone-review/
아예 자전거 전문 웹진에서 이걸 이렇게 리뷰하더군요. 사이클링 컴퓨터에 GPS 네비용으로도 사용하고 이걸로 사진도 찍을수 있다고. 네 저만 이렇게 생각한게 아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전거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것의 문제는 바로 디스플레이에 있습니다. 반사식 디스플레이가 장착되는 사이클링 컴퓨터 전용기기와 다르게 스마트폰은 화질을 위해 디스플레이가 백라이트만으로 작동합니다. 당연히 직사광선에서는 보이지 않아 밝기를 최대로 높여야 되며 이는 배터리 수명에 악영향을 끼치죠. 주간 시안성조차 떨어집니다. 아주 오래된 스마트폰 제품에는 반사식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경우가 있긴 하지만 뭐 그건 윈도우 모바일 나오기도 전 얘기니 넘어가죠.
게다가 GPS 칩셋이 특별히 고급제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 GPS가 가끔씩 튀기도 하죠. 빠른 GPS 수신과 고도계 기능을 추가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압센서는 플래그십 제품 아니면 거의 안 넣어주더군요. 사이클링에서 중요한 정보인 경사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압센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런 미니 휴대폰은 최고의 사이클링 컴퓨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그냥 아예 이런 제품 어디서 안만들어주나 왜안만들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스마트폰에는 Locus Map을 포함한 아주 다양한 지도앱들이 있으며 전용 GPS가 필요없을 정도의 기능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Locus Map의 경우 아예 개미+나 외장형 블루투스 GPS 센서를 사용할 수 있어 내장 GPS의 단점은 완벽히 해결 가능합니다. 심지어 스마트폰에서는 A-GPS도 사용할수 있어서 GPS를 수신하기 위해 기다릴 필요조차 없습니다. 터널에 들어가면 가속도계를 써서 대충 INS와 휠에 다는 속도센서로 땜빵하면 될것이고. 거기다가 오픈라이더 같은 앱들은 인터페이스가 이쁘고 네비기능도 뛰어납니다. 외부 센서연동기능은 덤.
음악 컨트롤 기능과 전화 바로가기 기능도 사용가능하죠. 스마트폰 본체에 블루투스 골전도 이어폰을 연결해서 한쪽에 작게 음악창을 띄워두면 되니까요. 만약 사용중인 큰 휴대폰에 있는 음악을 듣되 거치하여 쓰는 작은 휴대폰의 네비안내를 동시에 듣고 싶다면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수정해서 작은 폰에 A2DP를 지원하도록 기능을 추가하면 됩니다. 물론 쉬운건 아니겠지만 그 헬지가 폰을 블루투스 리시버로 쓸 수 있도록 그걸 해낸 바가 있거든요.
중요한건 화면이죠. 이 빌어먹을 화면을 어떻게든 반사식 액정으로 바꿀수 있으면 좋을텐데.
- 안드로이드 OS 넣어주고 A2DP HFP AVRCP 및 기존의 휴대폰 연결기능과 일부 인터페이스 수정
- 화질 1도 상관없으니 시안성좋은 논글레어 Transflective LCD
- 쓸만한 사이클링 컴퓨터 앱과 절전모드 기능
- 3.5인치 미만의 작은 크기
이 네가지를 만족시키는 안드로이드 기기를 만드는게 전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들은 이런게 돈이 안되서 안 만드는 거라는건 잘 알고 있지만....
아무튼 제가 이걸 만들지 않는 이상 세상에 이런 물건이 나올 리는 전혀 없으니, 지금 꽤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속도계 전용기기를 살지, 아니면 크기가 작은 미니폰과 센서류 + 외장형 미니 GPS를 사서 자전거에 거치하여 사용할지.
외장 GPS에 고도계기능도 됬으면 좋겠네요. 근데 이거 디스플레이를 분해해서 반사식 액정으로 만드는 법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