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회사 부장님으로부터 컴퓨터를 알아봐달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연한이 지나서 폐기처분하고 새로 맞춰줘야 한다네요. 역병때문에 노트북을 들고 다닐 일이 많이 없기도 해서 데스크탑을 맞춰달라고 하시는데, 삼성 브랜드 컴퓨터를 고집하십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브랜드 컴퓨터를 알아보기로 합니다. 사실 이 편이 노동력으론 훨신 더 싸게 먹히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역시 제가 죽을 때 까지 이 인식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용산의 컴퓨터 업계 종사자는 보통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
브랜드 컴퓨터든 노트북이든 여러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이러한 옵션을 선택했을 경우, 필히 미개봉 상품을 개봉해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추가하여 출고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소비자 입장에선 무슨 부품이 들어가는지 알고 싶기도 하구요. 이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기준에서 만족할 만한 부품을 썼다고 하면 마진을 남기더라도 OK입니다. 그리고 브랜드 컴퓨터잖아요? 제 꺼라면 애시당초 사지도 않을 거고 회삿돈으로 사니 제 알 바는 아닌거죠. 만일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저의 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그걸 방지하는 목적도 있구요.
조금 검색해보니 괜찮은 조건의 컴퓨터가 몇 개 보여서 전화해서 무슨 부품을 썼는지 살짝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솔직히 모르잖아요? 옛날에는 용산에서 재생하드도 만들어서 팔아먹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근데 슬쩍 화제를 돌리면서 모델명을 안 알려줍니다? 그리고 DDR4 클럭이 3200짜리가 어디있냐고 오히려 저를 은근 무시합니다? 글쎄요. 제가 그 쪽 업계에는 발을 담근 적은 없어도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무시 당할 입장은 아닌데요. 이렇게 응대했다는 건 무언가 뒤가 구린 부품을 쓰고 있다는 걸로 해석해도 되겠다는 거겠죠.
결국 그 판매자한테 쓴소리 한 번 하고 부장님에게 제가 직접 조립해드린다고 끈질기게 설득해서 안 사는 쪽으로 굳혔습니다. 어차피 그 판매자는 들은 체도 안하고 평생 모르는 사람 속여 먹으면서 살겠죠. 저한테 예의까지 운운하던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건 생각을 못하나 봅니다. 저는 제 얼굴에 침 뱉는 사람한테까지 웃고 싶진 않네요.
2. 컴퓨터 사기에는 매우 시기가 안 좋은 때라는 건 예상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준플래그쉽 라인업까지 전부 채굴에 끌려가는 상황이니 그 아래있는 라인업들도 수요가 몰려서 가격이 높아진 것 같더군요. 가격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결국엔 내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인텔의 11세대는 영 시원찮고, 어차피 소켓도 계승되지 않을 것 같으니, B550 칩셋으로 워홀 이후의 라인업에 존버를 타는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럼 남은 건 르누아르뿐이네요. 역시 체감상으론 PCI-E 4.0을 사용하는 NVME를 달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쪽을 알아봤습니다만, 생각해보니 르누아르는 PCI-E 4.0을 지원하지 않는다는게 문제였네요. 이런.
맘같으면 3300X를 달아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는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