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번은 괜찮습니다. 실수일수도 있고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던 간에 처음 한 번은 고의가 아닌 우발적으로 생겨난 일이라고 여지를 둬야 합니다. 그런데 두번째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부터는 몰랐다거나 우연이란 말을 해선 안 됩니다. 무지가 두번이면 무식이고, 우연이 두번 겹치면 필연이에요. 두번째부터는 그 어떤 변명도 붙일 수 없습니다.
다행이도 사람은 배울 줄 아는 생물입니다. 처음 겪는 일은 당황하기 마련이고 잘못 대처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일이 두번 반복된다면 예전의 경험을 되살려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한가하게 실패를 곱씹을 여유 따윈 없거든요. 한번의 실패가 곧 재기 불능의 나락으로 이어지는데, 두번의 실패는 호화로운 사치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오전 5시 반에 비데가 뿜뿜하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 한가하게 누워서 비데를 켠 자의 정체를 고찰하거나 펜치나 공구를 챙기는 뻘짓은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화장실까지 달려갔습니다. 이번에는 출동이 빠른 덕분인가 거실까지 적신 물의 양은 얼마 되지 않았고, 걸레 한장으로도 충분히 닦아낼 수 있었네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신다면 어제 썼던 글을 한번만 보고 와 주세요. 한밤중, 들려선 안될 소리가 들린다 https://gigglehd.com/gg/7524408
비데가 고장나서 오작동하는거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 시간이 비슷하다면 좀 다른 식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그 시간에 집안 전기가 끊겼다가 다시 들어오기라도 하는건가? 밤새내 쌓인 에너지가 그 때 방출이라도 되는건가? 질량을 가진 귀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증명해내 온갖 상을 휩쓸고 그 돈으로 먹고 살며 기글 404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에 성공?
두번만으로도 신뢰도를 잃긴 충분하지만, 그래도 내일까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그 다음에는 비데를 끄던가, 빼고 새로 사던가, CCTV를 앞에 설치하던가, 내 두번 다시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으니 그동안 봉인했던 비법 고서를 꺼내던가, 새로 아이디를 파서 비데도 없는 운영자를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자고 분위기를 몰아가다 너 낄낄이지 하고 정체가 드러나 역풍이라도 맞아 역시 기글 4040 엔딩으로 이어지던가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