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바퀴벌레 정말 싫습니다.
제주도에서 노후을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바퀴벌레를 항상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여기 하수는 이미 바퀴벌레에게 점령당했거든요.
요즘들어 불길한 기척을 굉장히 자주 느낍니다. 요즘들어랄 것도 없긴 한데... 하도 시달리다보니 계속 감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서명 값 하면서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머리 위에서 그 느낌이 나더라구요. 목 뒷부분이 스윽 하고 경종을 울리면서 당장에 문제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커튼 뒤짝에서, 천장- 창문 틀 쪽에서 활동을 개시하려는 그것을 목격했습니다.
파리채로 쳐도 못잡을 위치 같아서 청소는 나중에 생각하고 에프킬라를 냅다 뿌렸습니다. 뿌리자마자 커텐 뒤로 숨어서 몇초 더 분사하고 말았습니다.
이때는 솔직히 별 효과 못볼줄 알고 다시 의자에 착석해서 놀란 숨을 가다듬었지요.
그런데 1분여가 지나자 툭 하고 하얀색 분말이 묻은, 그것이 떨어지지 뭡니까. 창틀쪽에요.
??? 하면서 슬쩍 살펴보니까 없더라구요. 제가 헛것을 보지는 않았을테고, 분명 저것이 헤롱헤롱 정신이 나간 것일테다! 하면서 창문을 스윽 닫았습니다.
쟤만 정신이 나간 게 아니라서... 차마 잡고 해결할 의지가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방정리 언제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하려니, 이번에는 처억 하고 바닥에 뭔가 떨어진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그 녀석입니다. 약간 틈을 남겨두고 닫았는지 그 사이로 쏙 들어온 것 같더군요.
그... 얘가 사이즈가 좀 있습니다. 손톱만한 독일바퀴 정도면 그냥 눈배렸다 하고 끝나는데, 생리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크기입니다.
길이로는 머리부터 끝까지 6CM가 될까요. 더듬이도 그에 준합니다. 벌레가 좀 크면, 특히 조용할 때에는,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 이 녀석이 마침내 방바닥을, 가구 아래에서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오더라구요. 그것도 점점 가까워져요.
이건 꿈인가?
사실 나는 통속의 뇌인가? 어쩌면 이게 꿈이 아니라면? 나는 정말 새벽 두시 반이 넘도록 시간을 때우다가 벌을 받는 거라면? 그리고 저 다가오는 검은 게 모습을 드러낸다면 어떻게 하지?
...드러내긴 했는데, 뒤집혀 있더군요.
아무래도 가구 밑에서 벽타기에 실패한 모양입니다.
약기운 탓인지 초반에는 엄청 타닷 타타탓 소리를 내며 파닥이다가 지금은 얌전히 생존신고를 위한 움직임만 하고 있습니다.
큰 벌레는 파리채로 내려칠 때 그 촉감이 그대로 전해져서 그게 너무 싫습니다. 내일은 정말 약을 다시 쳐봐야겠어요.
저는 바선생을 해결하러 가봅니다...
몇 분 더 움직이냐 마냐 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