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기 전에 검색해보니 교통 수단이 이렇게 정해지는군요. 렌트, 아니면 우버. 지도 펴놓고 거리 재 보니 충분히 걸어갈만 하겠고, 버스도 다니는데 뭔 사치인가 했어요. 처음에는 말이죠.
셔틀 타고 들어가면서 보니 정말 약쟁이 뽕쟁이가 상시 거주할 것 같은 황량한 풍경은 둘째치고, 이 나라는 기본적으로 보행자를 배려해서 길을 만들지 않았어요. 지도만 보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저히 걸어갈 길이 없더군요.
그 정점은 MSI 발표 후 AMD 발표회장으로 건너갈 때였는데, 시간이 2시간 정도 비니까 라스베가스 모노레일을 타고 다시 무료 모노레일을 타면 베니션에서 만달리안 베이까지 가겠군...이라 생각했으나, 모노레일 기다릴 때부터 똥줄이 타네요.
그래서 한국에선 1년에 한번이나 탈까말까하는 택시를 잡아서 갔는데.. 가격이 대단하더군요. 이번 여정에서 돈 관련으로 딱 두번 실수했는데, 하나가 이거고 다른 하나가 호텔 부페 대신 호텔 식당을 간 겁니다.
우버가 싸고 좋다는 말도 들었고, 오늘 가려고 했던 레드 락 캐년은 렌트 아니고선 견적이 안 나오니까 우버를 불러봤어요. 거입이야 한국에서 해왔죠. 미국 유심으로 가입하면 이전 사용자의 탈퇴 처리가 안된 번호라 못 쓰는 경우가 있다고 들어서.
앱은 몹시 직관적이고 잘 만들었어요. 무조건 지금 위치에서 잡아야 하는 것 같은데 그건 마음에 안 드네요
지금 위치의 우버만 보여주는 것도요. 이건 부하 때문이겠지만. 근데 여기서 말하려는 건 우버 앱이 아니라 우버 기사님이에요.
제가 영어를 참 못하지만, 여기에 나보다 더 형편없는 사람들도 많이 왔을테고, 여기 사람들은 그런 영어에 익숙해졌을테니 일단 질러보자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자체는 맞았어요. 그런데 이 기사님은 그 수준을 넘어 몹시 심도 깊은 대화를 원하시더군요.
어디 사람이냐. 한국이다. 사우스다(중요). 나는 필리핀 출신이다(그래 안 보이는데?) 어디 가냐. 거기 좋은 데다. 라스베가스엔 왜 왔냐. 직업이 뭐냐. 물 마실래?(뜯지도 않은 생수병을 주면서) 등등등.
가장 압권은 이거에요. 김정은은 미쳤다. 미사일을 너무 줗아한다. 슝슝슝. 걔 약 하는거 아니냐. 걔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음... 여기서 지금은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최근 미국과 이란 정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함의를 논하고 앞으로 작금의 사태가 어떻게 펼텨 나갈 것인지를 탐구라는 것이야말로 더욱 현실적인 토론 아니겠는가. 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영어 밑천은 없어서...
그냥 '김정은은 미쳤다. 걔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라는 말에 '그랜드파더 투'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현지 한국인이 말하는 몹시 고급진 정보를 얻은 마냥 좋아하시더군요.
이 첫번째 우버의 경험을 토대로, 그 후로 탄 세 번의 우버에선 전부 타자마자 폰으로 열심히 뭔가를 하는 척 하거나, 자는 척 하거나, 교통 체증과 석양 사이 그 어딘가를 아련히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더니 아무도 말을 걸지 않더군요.
어쨌건 4번 다 별점은 5개 만점 찍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