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옛날 남북이 갈라지기도 전의 일제시대의 진짜 평안도 사람이 남긴 평양의 냉면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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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인연 있는 어휘로서 자미 있는 것이 한둘이 아닐게다. ‘전동치미’, ‘다대기’, ‘수육’,‘ 살’, ‘생저리’, ‘밧드리’, 그러나 ‘못당추’란 말처럼 우습고 자미나는 말도 드물 것이다. ‘못당추’란 서울말로 직역하면 ‘못고추’다. 고추를 못한다는 뜻이다. 10년 전 우리 학생 때엔 고추를 위주한 양념을 싫어하는 이는 내지인이라 하여 이것을 표시하는 말이 묘하게 되었더니 시세의 탓인지 그것이 ‘못당추’로 되었다. ‘방안에 다섯이요. 하나는 못당추요.’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고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조선일보> 1938. 5. 31. 김남천 作 냉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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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당시의 평양사람들이나 그 이전에 저자의 학창시절에 조차도 냉면에다가 고추가 들어간 양념과 다데기를 넣어다가 먹는경우가 흔했고, 외려 이걸 싫어하는 사람을 따로 지칭할 정도였단 이야깁니다. 작가의 학창시절엔 내지인, 그러니까 일본인 취급을 했었다 하니 뭐 당시에도 일본인들이 매운걸 잘 못먹었던 모양이긴 합니다만 일단 기본적으로 당시의 평양에서도 꼭 심심하게 만들어 먹는 것은 아니었단 이야기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