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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1.09.11 19:10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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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컴맹임시닉네임 https://gigglehd.com/gg/10876252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 - 오남석
조회 수 780 댓글 7

잃은 것

 

1. 부목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늘 뻗고 있고, 한쪽 팔은 팔꿈치를 굽히고 있어야 합니다. 그나마 몸통에 붙어있는 부분은 자유로워서 이 글은 양손으로 쓰는 건 다행입니다.

2.

사고 다음날인 9월 9일은 제가 몇 달 전부터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었습니다.

꼭 봐야 하는데... 당연히 개봉 당일에 못 봤습니다. 경우에 따라 영화관에서 못 볼 수도 있겠네요. 그나마 특전은 친구가 챙겨줬으니 다행이긴 합니다.

3.

중요한 서류 작업을 할 일이 있었습니다. 카테터 꽂힌 한 손만으로 터치패드와 키보드를 조작해서 평소 같았으면 데스크톱으로 10~15 분 걸릴 일을 1.5 시간 들여 겨우겨우 끝냈습니다. 트랙패드 핀치 줌 인 기능이 정말 고마웠던 순간이었습니다.

4.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이동하려면 휠체어를 타야 해요.

5. 어쩌면 평생 자전거를 못 탑니다. 그렇다고 전동 킥보드/PAS 방식이 아닌 전기자전거/모터바이크를 탈 수도 없고요. 이렇게 당하고도 타면 배운 게 없죠.

6. 치료에 최소 한 달이라는 시간과 갤럭시 폴드3 하나를 살 수 있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보험공단에서 안 내주는 약도 쓰고 있네요. 사설 보험처리가 잘 되길 바라야죠...

 

얻은 것도 있습니다.

1. 보호대는 최대한 해야 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무릎 보호대만 했어도...

2. 헬멧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헬멧이 먼저 땅에 박혀서 얼굴과 머리는 멀쩡했으나 자갈이 안경 안에 들어왔음을 생각하면, 헬멧 없었으면 눈 망가지고 이마 깨지고... 법으로 강제하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3.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장례식장 가신 부친께서 새벽에 전화를 받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예상대로 바로 조치 방법을 알려주셨고 먼 길임에도 새벽 빗길을 달려오셨고, 모친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간병해 주십니다. 화도 많이 내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분들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4. 결혼은 꼭 해야 되겠습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법정대리인이 한 명 더 생기니까요. 힘들 때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도 필요하다면 그를 위해 도울 준비가 먼저 돠어야겠지요.

5. 절대로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습니다. 월 25만 원이 아이를 키운다면 크게 다가온다는 말이 이제서야 느껴집니다. 돈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급작스러운 사고에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대처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 전 평생 동안 아이를 낳아 기를 자격이 없을 것 같습니다.

6.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두 다리, 두 팔이 멀쩡한 것이 이렇게나 그리울 줄이야...

7. EDC가 제 역할을 해냈습니다. 습관처럼 챙기고 나갔는데 이렇게나 유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넘어졌을 때 '생수로 상처 닦고 피 많이 나오면 생리대 붙이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바지 걷어 상처를 보니 아니더군요. 바로 휴대폰으로 부친께 전화하고 119 신고하고, 구급차가 반대편에서 와서 돌리는 데 손전등 유용하게 사용했고, 손 소독제는 소독용으로 잘 쓰고 있고, 파워 뱅크는 입원 첫 날에 아주 잘 썼고, 모친께서 발 다치셔서 밴드 찾으시는데 마침 가방에 있었고.

모친께서 무겁다고 들고다니는 것 반대하셨는데, 이반 일 덕에 계속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 profile
    문워커 2021.09.11 19:35
    이런.... 빨리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건강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 profile
    title: 컴맹임시닉네임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 - 오남석 2021.09.11 19:36
    건강을 잃으니 정말 다 잃은 것 같습니다...
  • profile
    하뉴      루이 2021.09.11 20:17
    저도 바이크 입문할때 바이크를 산후에 추가로 안전 장비에 400정도 썼었던거같네요

    헬멧부터 시작해서 에어백 조끼 자켓 바지 등등해서

    안전장비를 하는 이유는... 사고나서 뭘해도 죽을 사람은 어차피 죽습니다만

    죽을땐 죽더라도 장애인 되서 가족 고생시키지만 말자 라는 생각이어서...
  • profile
    title: 컴맹임시닉네임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 - 오남석 2021.09.12 15:51
    바이크 안전장비는 비싸군요... 평생 병수발하는 건 쉽지 않겠지요. 비싼 장비가 어느 정도 막아주네요.
  • profile
    헤으응 2021.09.11 21:44
    빠른 쾌유 기원합니당 ㅠㅠ
  • profile
    title: 명사수SOCOM 2021.09.11 21:50
    금방 회복하시길 기대합니다...
  • profile
    붉은찌찌샤아 2021.09.12 09:27
    아이구야;; 크게 다치셨군요...
    얼렁 나으셔서 건강하니 활동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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