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에서 4.0부터 지원한 MTP/PTP는 WM CE에 익숙하거나 심지어 애플 제품군에 익숙한 사람이어도 제법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4.0을 썼을 때 MTP라는 물건이 대체 뭘 해야 PC에서 바로 인식이 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그 때는 정책 문제였는지 폰 문제였는지 USB 디버깅을 끄면 아예 PC에 연결된 것을 폰에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2019년이군요.
윈도우 7을 쓰던 시절에는 분명히 MTP는 자잘한 오류가 많았습니다. 일단 일종의 가상 스토리지에 마운트를 하고 데이터를 복사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I/O 측면에서 병목 현상이 간혹 생기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윈도우의 버그로 MTP에 연결된 상태에서 폴더를 생성하면 그대로 explorer.exe가 뻗는 상황은 충분히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죠. 나중에는 그냥 무덤덤하게 프로세스를 종료하고 재시작하는 것으로 대응했지만요.
하지만 MTP를 채택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4.0 이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사용자 영역과 롬 영역의 파티션이 분리되어 있거나, 심지어 물리적으로 두 개의 칩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SHW-M110S와 같이). 이유는 당연히 WM CE처럼 FAT으로 포맷된 파티션이 파일 탐색기에서 스토리지를 인식시키기 위함이었고, 한편으로 안드로이드, 즉 리눅스는 기본적으로 파일 시스템으로 ext를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상 드라이브 마운트 방식을 사용하는 MTP의 도입으로 굳이 파티션을 나눌 필요 없이 하나의 파티션에 롬도 사용자 영역도 모두 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제조사가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해 일일히 파티션을 재할당하고, 그래서 OS 업데이트만 하면 모든 자료가 싹 날아가는 불상사를 겪을 필요가 없게 되었지요. 제조사는 이제 ROM의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겠다는 되도 않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즉, MTP의 도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윈도우가 리눅스가 되어서 기본 파일 시스템이 ext가 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죠.
여전히 MTP는 성가신 물건입니다. 요즘 제품이 나아졌다지만 그래도 MTP 전송은 제법 느린 편이지요. 하지만 많이 나아졌고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eMMC를 쓰고 RAM이 2GB가 채 못 된다면 모를까, 사실 그런 기기에서도 MTP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생각보다 금방 쓰기 작업이 끝나고는 합니다. 느려터져서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물며 요즘의 UFS ROM에 두자리수 RAM을 달고 나오는 스마트폰이나 최신 운영체제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처음 쓰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적응되면 아이튠즈보다 편하게 파일 복사와 이동이 가능하고, 속도도 생각보다 떨어지지 않는 제법 합리적인 도구입니다. 그만큼 개선이 많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요.
그나저나 최근 갑자기 PC의 I/O 병목이 심각할 정도로 증가했네요. 한 거라고는 1809 업데이트 설치랑 몇몇 윈도우 디펜스 패치한 게 전부인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