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호법신중이라는 수호신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불교에 흡수된 여러 종교의 신들로 부처와 중생을 지키는 존재입니다.
불교의 호법신중으로 정착한 신들은 원래 능력이 불교식으로 재해석되는데 그 중 위타천(스칸다)과 귀자모(하리티)는 긍정적으로 해석되어 특이합니다.
위타천은 힌두교의 군신이지만,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본래는 리그베다에서 은밀하고 빠르게 다가오는 질병(그리하)과 동일시 되었습니다. 즉 전쟁과 죽음의 속성을 가진 불길한 존재죠.
그런데 위타천이 불교에 흡수되면서 질병과 죽음이 갖는 '은밀함과 신속함'이란 면모를 주목하되, 이를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닌 불법을 수호하기 위한 수호자의 능력으로 재해석됩니다.
귀자모는 본래는 천연두의 신으로서 아이들을 해치는 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디 내 자식에겐 천연두를 몰고 오지 말라고 비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교로 흡수되면서 아이들을 해치는 능력과 정반대인, 불법을 믿는 불자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능력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임산부들이 자주 찾는 존재가 되었죠.
즉 불교에 흡수된 신격들은 본래 갖고 있던 면모를 순화시켜 선한 신으로 어레인지한 겁니다.
이는 불교가 포교되고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신화적 존재들을 차용해 가르침을 설명하는 수단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