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가문의 의지를 잇는 이찬혁 가수 같은 내용이면 참 좋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게 아니라 THE 바 선생 이야기입니다.
후... 저 방에 서식하고 계시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차마 퇴거 조치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 혼자 깨어있는 이 시각에 결국 쌍방 간 상호 존립 승인에 이르지 못하고서 데스 매치를 펼쳤습니다.
한 손에는 빨간 파리채를 다른 손에는 에프킬라 그린티 향 for 바선생 에디숀을 들고 있는 제가 당연히 우세여야 할텐데,
일이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일단 바 선생께서 뭘 먹고 자라셨는지 굉장히 신장이 길고, 어떤 보신경을 익혔는 지 몰라도 움직임이 노도와도 같아
제 이도류로도 겨우 겨우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아직 살육의 감촉에 적응하지 못하여 파리채는 사실상 봉인, 중거리 무기인 에프킬라만을 가지고서 대련에 임해야 했으니 말이죠.
가벼운 견제 공격을 먼저 성사시켰으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제 손이 닿지 못하는 지형지물 사이로 숨어들어 저를 당혹케 하였습니다.
다행히 바 선생은 자신감이 넘쳤는지 이내 숨어들기를 그만두고 저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더군요.
비명같은 기합을 애써 속으로 삼키며 에프킬라를 수차례 분사하였으나, 하얗게 겉이 물들고서도 그 패기를 잃지 않은
바 선생은 사방팔방을 제 집 방구석 마냥 돌아다니다가, 결국 엎어진 채로 약에 중독되고야 말았습니다.
비록 적아를 가리지 않는 사파같은 수단이긴 하여도 깨끗한 패배보다 더러운 승리를 택한 덕에
저는 이렇게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바 선생은 한참을 탓 타 탁 소리를 내며 방 바닥을 두드리다가, 일각이 되기 전에 결국 그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제 변사체를 처리하는 일만 남았는데
이 글을 이렇게 길게 이어쓰는 이유를 짐작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손대기 너무 싫네요. 후우... 약에 절여져도 더듬이 제외 손가락 두마디가 넘는 길이인걸요...
내일은 꼭 맥스포스 셀렉트겔(5년 넘게 숙성됨) 을 곳곳에 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