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평화로운 주말.
토요일은 집에서 빈둥거리고, 일요일도 집에 빈둥거리려다
동네 뒷산으로 활을 쏘러 갔습니다.
산 입구에 들어서는데, 다리가 간질거려서 보니...
흰줄숲모기(일명 아디다스 모기) 한 마리가 제 다리를 물고 있더군요.
사실 이때 그냥 돌아왔어야 했었는데...
저는 무언가에 현혹된듯, 모기를 잡고 산을 올랐습니다.
가끔 등산하면서 '저기는 사람이 분명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던 장소로 갑니다.
럭키! 사람은 커녕,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주워온 합판을 세우고, 적당히 곳에 활 가방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활줄을 걸려는데...
어...?
활의 림(날개)를 고정하는 볼트 2개가 없습니다.
!!!!?
다른 활가방으로 활을 옮기면서 집에 놓고온 것이지요...
화살, 림, 핸들, 활줄, 장갑까지 다 가져왔는데 볼트가 없습니다...
흙흙... 하며 다시 집으로 가서 볼트를 가져와 활을 조립했습니다.
겸사겸사 모기기피제도 가져와서 머리를 제외한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뿌려줬습니다.
그리고 습사를 시작했습니다.
화살을 메기고 한 발 쏩니다.
저렴한 파이버화살이라 이상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잘 날아가고, 기존에 쓰던 활보다 장력이 강하여 더 빠르게 날아갑니다.
에어소프트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손맛은 덤 !
그렇게 2발을 기분좋게 합판에 때려박고, 3발째 쏘는데...
화살이 날아가면서 노크[화살을 활줄에 거는 부분]가 분리되어 날아갑니다.
!!!?!?
그렇게 노크 하나가 풀숲 어딘가로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노크를 찾으려고 풀숲으로 가는데...
신발 접지력도 약했고, 길이 미끄러웠는지 쭉 미끄러집니다.
다행히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손은 무사했지만 다리에서는 피가 나더군요 -_-;;
결국 노크도 못찾았습니다.
그렇게 몇 발만 더 쏘고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몇 마리 있던 숲모기가...
다리에 흐르는 피 + 흐르는 땀의 하이브리드로, 수십마리가 제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더군요.
마치 제가 거대한 캠프파이어가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재빨리 활을 분리하고 활가방에 모든 것을 다 때려박고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집에와서 습윤밴드 붙이고, 다리를 확인해보니 과장안하고 한 30방은 물린것 같아요.
모기 다 얼어죽으면, 등산화 신고 다시 가야겠네요.
흙흙...
1줄 요약 : 산에서 자빠링해서 피나고, 일요일이라 약국은 안열고, 모기 30방 물림.
역시 이불밖은 위험해요...
항상 위험이 도사리는 이불밖에서는 늘 조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