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북 프로는 이렇게 나왔어야 했습니다. 350만원 짜리가 충전 단자를 포함해 전 I/O 단자가 4개라는 건 말도 안되죠.
최소한 6개(13인치)나 8개(15인치)는 달아줬어야 납득이 되었을 겁니다.
#2
드디어 Type-C의 시대가 왔습니다.
음… 여전히 시기상조로 보이지만, 뭐 어쨌든 2020년까지 대부분의 컴퓨팅(모바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컨슈머 컴퓨터+일부 레거시 장비―주로 컨슈머용인 AV 혹은 카오디오를 타겟으로―로 설정합니다)디바이스에서 Type-C는 빠짐없이 들어갈 것이고 특히 모바일 컴퓨터(스마트폰 및 태블릿, 전통적인 랩톱과 2n1 및 AIO를 전제)에서 Type-C로 점철된 제품들이 쏟아질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Type-C로의 대이행이 완료되어서 기존 Type-A/B는 일부 레거시 장비를 위해 산업용에서나 근근히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조리 Type-C로 교체당할 것입니다. 이미 모바일 시장(ARM 기반 휴대기기)에서는 그 바람이 한바탕 몰아치려고 벼르는 중입니다. 어쩌면 이 쪽은 2020년보다도 먼저 완전히 Type-C로 이행될지도 모르겠군요.
Type-C는 대단합니다. USB-IF는 이 신규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입장으로써 충분히 이 규격이 시장에 자리잡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질 것을 우려했고 그 결과는 대부분의 USB 버스와는 전혀 상관 없는 여러 I/O 버스의 규격 호환 및 규격 사용 허용이었죠. 이 결과로 생겨난 것이 바로 Alt Mode입니다. 우리는 USB와 전혀 상관없는 썬더볼트나, HDMI, DP 그리고 PCIe와 이더넷까지 이 작고 귀여운 입출력단자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10년, 아니 15년 동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우리는 단지 Type-C가 방향 상관 없이 꽃히는 것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드디어 전 세계의 모든 I/O 단자를 하나로 묶어내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과거에는 없던 일이었습니다! 아무도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규격을 자유롭게 가져다 쓰게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자발적으로 공개된 규격을 자사의 기존 규격을 대체하기 위해 자유롭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건―혁명―일지도 모릅니다. 분명, 새로운 바람은 2010년대 중반을 휩쓸고 있는 참입니다.
심지어 이 멋진 규격은 충전 단자의 아성까지도 넘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충전기의 외경과 내경 규격을 구분해 따지지 않고, 단지 기기에 Type-C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만 확인한다면 15W의 태블릿이든, 30W의 노트북이든, 60W의 노트북이든, 90W의 올인원 컴퓨터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꼽기만―집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분명 멋진 일이에요. 매일매일 이런 상상을 하면 흥분되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나는 단지 앞뒤가 같고, 뒤집어 끼워도 멀쩡한 케이블 단 하나만으로 집 안의 모든 전자 기기를 서로 유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10년 전, 아니 불과 5년 전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혁신입니다. 단지 USB는 라이트닝 단자에 영감을 얻어 좀 더 고객의 파이를 얻기 위해 리버시블 포트를 개발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은 단자에 집중된 시선과 USB-IF의 훌륭한 결단―본디 썬더볼트는 광 케이블을 활용한 Type-A 케이블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USB-IF의 거부로 DP를 이용했습니다―으로 거의 대부분의 I/O가 Type-C로 대동단결되는 기적과도 같은 혁신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업적은 그 전에는 결코 없었을 겁니다. 기존의 시도는 전용 규격을 무리하게 도입하려다 전용 규격과 함께 고꾸라지거나, 하위 호환을 위해 상위 버전에서는 불필요한 부분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다 결국 외면당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기와 운, 그리고 적절한 결단이 맞물려 드디어 단일 규격으로의 통합이라는 업적에 한발 더 다가간 것입니다
하지만 Type-C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하죠. 첫 번째로 우리는 기존에 사 뒀던 장비들이 여전히 멀쩡하지만 작고 귀여운 단자가 없다는 이유로 레거시 장비로 전락하는 꼴을 지켜봐야만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우리는 젠더라는 것을 만들었죠. 하지만 Alt Mode따위는 젠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메인보드의 전용 칩셋의 부재로 구형 제품에서는 실현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선사합니다. 이는 분명 기존 사용자들에게 큰 엿을 강하게 먹이는 꼴이죠. 어쨌거나 이런 상황 덕택에 기존의 규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레거시 장비가 어째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대형 마트의 계산대에 시리얼 포트가 여전히 널리 사용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절대 USB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Serial Port만이 있을 곳입니다. 기존의 장비와의 호환성은 어찌 해결할 것이며, 더구나 USB급의 고도의 복잡하고 무거운 I/O Bus는 레거시 장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미 흘러가 대중에게 잊히더라도 우리는 아직도 Win 9x를 넘어서 3.1이 현역 전산 장비 위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가정용 규격을 산업용 장비에 비교하는 것은 분명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잘 쓰던 5K 전문가용 모니터가 불과 한두 해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것은 조금 짜증날지도 모릅니다(그러나 Alt Mode는 다행히도 게스트는 호환성 없이 사용가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문제지만, 이번 맥북과 맥북 프로에서 그랬듯이, 우리는 제조사의 횡포를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2021년, 커다란 TV에 멋진 영화감상용 HTPC를 연결할 목적으로 NUC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50만원짜리 베어본에 전원 단자를 포함해서 모든 Type-C 단자가 고작 3개라면 TV와 스피커와 블루레이와 마우스와 키보드를 연결하기 위해 50만원짜리 베어본에 굳이 Type-C 허브를 달아줘야 할지 고민하실 겁니다. 별로 좋은 선택지가 아닌 것 같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대만의 여러 제조사에서도 판매하는 ITX 규격 의 메인보드를 사려고 합니다. ‘연구소’ 메인보드와 같이 조금 괴짜스러운 제품이나 온갖 레거시 규격이 붙은 산업용 보드를 제외하고는 21년의 일반적인 메인보드의 백 패널에 있는 단자는 Type-C 6개가 전부입니다. 우리는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연결하기 위해 Type-C 한 개, 마우스나 키보드를 연결하기 위해 Type-C 한 개, TV 혹은 모니터를 연결하기 위해 Type-C 한 개, 외장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연결하기 위해 Type-C 한 개를 꼽아두고도 무려 두 개나 되는 남는 Type-C 포트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결코 내키지 않습니다. ‘아니, 어떻게 Type-C 단자가 16개도 아니고 6개뿐이지?’ 더 놀라운 것은 이제 새로운 Early 21' 15인치 맥북 프로 컴퓨터는 Type-C가 오직 4개만 제공됩니다. 13인치 모델은 Type-C가 2개뿐이라네요? 화가 나는 제조사들의 정책에 우리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고 2011년부터 써오던 구닥다리 컴퓨터를 책상 앞에 던져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들이죠.
Type-C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특정 규격으로 통일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일 뿐이지요. 분명 Type-C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Type-C의 단점은 완전한 Type-C로의 이행 과정 중의 과도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분명 단자가 한 종류로 통합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단자의 개수가 줄어드는 것은 참을 수 없이 짜증나죠. 결론적으로 어찌됐든, Type-C로의 I/O규격 통일화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류이고, 우리는 Type-C가 미래의 차세대 규격의 선두 주자를 넘어 완전히 안착하기 전까지의 과도기에서 오는 감당해야 할 여러 불편들을 감수해야만 할 것입니다.
아직 완전하게 오지는 않았지만, 2016년의 시점에서 충분히 유사 경험을 겪고 있습니다. 수많은 규격과 하나의 단자. 과연 이 봄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 모든 것을 송두리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시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미 바람은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행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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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서로가 서로를 충전해주는 모양새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정말 이질적인 광경이라 더욱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