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에 박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놈의 폭탄테러 협잡배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망가졌습니다.
시간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개 원붕이인 저는 별다른 준비 없이 2022년 원신 서머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집을 나섰죠. 근데 웬걸,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많지, 날은 덥지, 심지어 마실것도 가져오지 않았던 터라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가... 열사병 때문에 정신을 반쯤 잃었고, 그런 저를 친구가 부축해 국전으로 대피, 거기서 보따리상이 수입한 굿즈로 아쉬움을 달랬죠.
그로부터 약 1년, 새 바이크도 생기고 경험도 생기고 여유도 생긴 일개 원붕이가 된 저는 이번에야말로 원신 페스티벌에 참가할 만전의 준비를 끝냈고, 그렇게 원신 페스티벌을 향한 길을 떠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 폭염 앞에 열사병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람이 나왔던 작년에 비해 천막 부스가 크게 늘었습니다. 일단 사람이 서 있어야 하는 쪽은 대부분 천막이 있어 비교적 견딜 만했습니다.
안쪽엔 행사에 빠질 수 없는 포토 부스가 있고요. 이 일러스트는 현재 진행 중인 여름 이벤트 메인 일러스트네요.
요건 이번 서머 페스티벌을 위해 새로 제작된 일러스트.
체조경기장을 수놓은 대충머리가나쁜건아닌데살짝꽃밭은맞고얼굴은기가막하게예쁜 닐루와 콜레이.
작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입장이 티켓제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작년 페스티벌은 입장객의 수를 예측하는데도 실패했고, 혼잡도 조절에도 실패해 하마터면 세금빛둥둥섬이 가라앉으려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죠. 이것보다 조금 앞서 진행된 몰?루네 행사도 그렇고, 인원이 많이 모일 것 같으면 애초에 티켓제로 입장인원 및 혼잡도를 관리하는 것이 최선인 법이죠. 그래서 그런지 스태프들도 입장번호 순서대로 사람들을 줄세우는 데에 아주 열심이었고요.
아무튼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지나면 야외 참여형 이벤트 체험존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참여하는데도 돈(4,000원)이 드는데, 참여하면 재밌겠지만 안타깝게도 같이 놀아줄 친구들이 예매에 줄줄이 실패해 혼자 가는 바람에 그냥 패스하고 줄이나 서기로 했습니다. 뭐가 어쨌든 본편! 본편만 즐기면 되는 거니까요.
3시가 되기 전까지는.
C타임(15:10분~30분 입장 개시 예정) 입장을 코앞에 두고 있던 오후 3시, 갑자기 묘한 분위기가 감돌더니 주변에서 트위터가 어쩌고 폭탄이 어쩌고 하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얼른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보니 갑자기 폭탄테러 예고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곧 문제의 트윗 주소가 공유되었고.... 기가 찬 소리를 떠드는 계정이니 여기에까지 올리진 않겠습니다마는, 꽤나 큰일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바로 어제 신림역에서 끔찍한 사건이 있었으니만치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사진의 하얀 천막이 경기장 입장 대기줄인데, 곧 스태프와 안전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다들 체조경기장 주변을 빠져나왔습니다. 외부 부스가 상당히 많고 넓게 펼쳐져 있는데 실내외 실외 어디에 폭탄이 설치되었는지, 설치되긴 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곧 통제 범위는 체조경기장 인근 전체로 확대되어, 체조경기장으로 진입하는 다리까지 진입 금지가 되었습니다.
속속들이 체조경기장 주변에 도착하는 경찰병력을 보면서 "아, 이거 진짜 큰일로 번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무렵, 예보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각이 3시 30분경, 아무 일 없었다면 실내에 입장해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있었을 테죠.
아무튼... 4시 50분경, 드디어 행사 재개. 저- 위의 하얀 천막에 다시 모여서 약 1시간을 보낸 끝에, 3시 10분~30분 사이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행사에 소나기를 두 번이나 맞고 5시 50분이 넘어사야 간신히 입장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내부는 시원했고, 부스는 오전 타임에 이미 다 털리고 없어서 갖고 싶었던 건 하나도 못 샀으며, 공식 굿즈는 수량이 넉넉해 문제 없이 털어올 수 있었습니다. 못내 아쉬워 부스를 두 바퀴나 돌았는데 정말 갖고 싶은 건 전부 품절이라 구할 수 없어 눈물만 흘렸네요. 거기에 더 늦었다간 비를 맞으며 어두운 길을 오토바이로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던지라 30분만에 도로 퇴장해야 했습니다. 외부 푸드트럭이나 공연 부스도 잘 준비된 터라 시간이 없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느긋하게 구경하다 갔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10만원은 썼습니다.
크흑 닐루만 아니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