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청나게 유명한 국밥집이 버스 6정거장 쯤 떨어진 곳에 있길래 한번 가 봤습니다.
맛은 그냥 뭐 평범하게 맛있더라고요. 이 정도라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 없이, 집 근처 국밥집에 와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요.
국이 나오기 전에 깔리는 것들을 보고 있으니,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여기 말고 다른 곳을 갈 이유가 없어 보이긴 하더라고요.
2. 오늘은 장거리 운전을 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국밥이라도 먹어서 든든함을 채워야겠다 싶었는데, 국밥 하나 먹자고 이 오밤중에 멀리 떨어진 위 가게까지 가긴 귀찮고요. 그냥 집 근처 국밥집에 갔습니다. 근처라고 해도 무려 500m 씩이나 걸어가야 하지만.
그런데 이 가게를 오래간만에 와서 그런가 엄청난 변화를 깨닫게 됐네요. 들어가자마자 상온상압 초전도체도 실용화되지 않은 마당에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하게 불고 있는 에어컨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밥은 그냥저냥 먹었죠. 위에서 쓴 대로 여기 국밥도 나쁘지 않거든요. 반찬이 부추에 김치라서 좀 부족해 보여 그렇지. 다 먹고 좀 춥구나 이러면서 가게 밖으로 나왔는데, 문을 닫자마자 엄청난 더위가 몰아쳐서 땀이 삐질삐질 나네요. 그러고보니 지금 서울 온도가 29도군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가게는 국밥을 파는 게 아니라 상쾌한 경험을 팔고 있었다는 것을...
맛집 컨설팅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음식 맛은 기본만 하면 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채워주면 된다고들 하던데요. 밑반찬이 푸짐한 가게나 에어컨이 빵빵한 가게 모두 거기에 부합하는 곳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맛 이외에서 기분 잡치면 그냥 맛이 애매한 데보다도 더 가기가 싫어지더라고요.
근데 이런 글을 왜 야밤에 올리셔서 제 위장을 힘들게 하시는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