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기글하드웨어기글하드웨어

커뮤니티 게시판 : 아주 기본적인 네티켓만 지킨다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입니다. 포럼에서 다루는 주제는 각각의 포럼 게시판을 우선 이용해 주시고, 민감한 소재는 비공개 게시판이나 수상한 게시판에, 홍보는 홍보/외부 사용기 게시판에 써 주세요. 질문은 포럼 게시판의 질문/토론 카테고리를 사용해 주세요.

퍼온글
2022.05.16 14:39

방정환 선생님이 극찬했던 음식

profile
조회 수 2643 댓글 14

17a71a0f1c0b16.jpg

 

기왓장이 타고 땅바닥이 갈라지는 듯 싶은 여름 낮에 시커먼 구름이 햇볕 위에 그늘을 던지고 몇 줄기 소낙비가 땅바닥을 두드려 주었으면 적이 살맛이 있으련만 그것이 날마다 바랄 수 없는 것이라 소낙비 찾는 마음으로 여름 사람은 얼음집을 찾아드는 것이다. 에쓰 꾸리잇! 에이쓰 꾸리잇! 얼마나 서늘한 소리냐. 바작바작 타드는 거리에 고마운 서늘한 맛을 뿌리고 다니는 그 소리, 먼지나는 거리에 물 뿌리고 가는 자동차와 같이, 책상 위 어항 속에 헤엄치는 금붕어같이 서늘한 맛을 던져주고 다니는 그 목소리의 임자에게 사먹든지 안 사먹든지 도회지에 사는 시민은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얼음의 얼음 맛은 아이스크림보다도, 밀크 셰이크보다도 써억써억 갈아주는 '빙수'에 있는 것이다. 찬 기운이 연기같이 피어오르는 얼음덩이를 물 젖은 행주에 싸쥐는 것만 보아도 냉수에 두 발을 담그는 것처럼 시원하지만 써억써억 소리를 내면서 눈발같은 얼음이 흩어져내리는 것을 보기만 해도 이마의 땀쯤은 사라진다.

 

 눈이 부시게 하얀 얼음 위에 유리같이 맑게 붉은 딸깃물이 국물을 지울 것처럼 젖어있는 놈을 어느 때까지든지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 새빨간 데를 한 술 떠서 혀 위에 살짝 올려놓아 보라. 달콤한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하여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 것이다. 빙수에는 바나나 물이나 오렌지 물을 쳐 먹는 이가 있지만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새빨간 딸깃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그냥 전신이 녹아 아스러지는 것같이 상긋하고도 보드럽고도 달콤한 맛이니 어리광부리는 아기처럼 딸기라는 얼음물에 혀끝을 가만히 담그고 두 눈을 스르르 감는 사람, 그가 참말 빙수 맛을 향락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경성(京城)안에서 조선 사람의 빙수 집 치고 제일 잘 갈아주는 집은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종로 광충교(廣忠校) 옆에 있는 환대(丸大)상점이라는 조그만 빙수점이다. 

 

얼음을 곱게 갈고 딸깃물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분명히 이 집이 제일이다. 안국동 네거리 문신당 서점 위층에 있는 집도 딸깃물을 상당히 쳐주지만 그 집은 얼음이 곱게 갈리지를 않는다. 별궁(別宮) 모통이의 백진당 위층도 좌석이 깨끗하나 얼음이 곱기로는 이 집을 따르지 못한다. 얼음은 갈아서 꼭꼭 뭉쳐도 안 된다.

 

 얼음발이 굵어서 싸라기를 혀에 대는 것 같아서는 더구나 못 쓴다. 겨울에 함박같이 쏟아지는 눈발을 혓바닥 위에 받는 것같이 고와야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솜사탕 같아야 하다. 뜩―떠서 혀 위에 놓으면 아무 것도 놓이는 것이 없이 서늘한 기운만, 달콤한 맛만 혀 속으로 스며드러서 전기 통하듯이 가슴으로 배로 등덜미로 팍 퍼져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 시원한 맛이 목덜미를 식히는 머리 뒤통수로 올라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옷을 적시던 땀이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시장하지 않은 사람이 빙수 집에서 지당가위나 발풀과자를 먹는 것은 결국 얼음맛을 향락할 줄 모르는 소학생이거나 시골서 처음 온 학생이다.

 

 얼음 맛에 부족이 있거나 아이스크림보다 못한 것같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빙수 위에 달걀 한 개를 깨뜨려 저어 먹으면 족하다. 딸기 맛이 감해지나까 아무나 그럴 일은 못되지만… 효자동 꼭대기나 서대문 밖 모화관(慕華館)으로 가면 우박 같은 얼음 위에 노랑물 파란물 빨강물을 나란히 쳐서 색동 빙수를 만들어주는 집이 몇 집 있으니, 이것은 내가 먹는 것 아니라 해도 가엾어 보이는 짓이다. 

 

삼청동 올라가는 소격동 길에 야트막한 초가집에서 딸깃물도 아끼지 않지만 건포도 네다섯 개를 얹어주는 것은 싫지 않은 짓이다. 그리고 때려주고 싶게 미운 것은 남대문 밖 봉래동 하고, 동대문 턱에 있는 빙수 집에서 딸깃물에 맹물을 타서 부어주는 것 하고, 적선동 신작로 근처 집에서 누런 설탕을 콩알처럼 덩어리 진 채로 넣어주는 것이다. 

 

빙수 집은 그저 서늘하게 꾸며야 한다. 싸리로 울타리를 짓는 것도 깨끗한 발을 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조선 사람의 빙수 집이 자본이 없어서 초가집 두어 간 방인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라 하지만 안국동 네 거리나 백진당 위층 같이 좁지 않은 집에서 상위에 물건 궤짝을 놓아두거나 다 마른 나뭇조각을 놓아두는 것은 무슨 까닭이며, 마룻바닥에 물 한 방울 못 뿌리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조그만 빙수 집이 그 무더운 뻘건 헝겊을 둘러치는 것은 무슨 고집이며 상위에 파리 잡는 끈끈이 약을 놓아두는 것은 어쩐 하이칼라인지 짐작 못할 일이다.

17a3735406bf47.png

어린이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 빙수를 가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가게의 설명을 보면 맛과 위생을 높게 평가했는데 그걸 못하는 가게는 평가가 낮았으며, 맛이 그저 그래도 서비스가 좋으면 나름 싫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836C4420-26B9-475D-88D9-932F471AD856.jpeg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31세로 요절한 이유 - 커뮤니티 게시판 - 기글하드웨어 (gigglehd.com)

낄낄님의 이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올려 봅니다.



  • profile
    슈베아츠      사람말을 할수 있는 흑우가 있다? 뿌슝빠슝 2022.05.16 15:33
    아 저런 빙수 롯데월드에서 먹었었는데... 밖에선 안파려나요
  • profile
    title: 가난한까마귀      잠을 미루는 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래서야. 2022.05.16 16:06
    작성자분이 엊그제 롯데리아 가서 직접 사먹은 인증샷입니다!
  • profile
    title: 부장님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2.05.16 16:08
    아마 저 팥빙수가 아닌 얼음에 시럽 올린 카키고오리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그건 시럽이나 주스만 구하면 되죠.
  • profile
    title: 가난한까마귀      잠을 미루는 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래서야. 2022.05.16 16:15
    그러고보니 저런 색빙수는 관광지에서밖에 못보긴 했네요
  • profile
    슈베아츠      사람말을 할수 있는 흑우가 있다? 뿌슝빠슝 2022.05.16 16:18
    https://dinnerqueen.net/post/35609

    안그래도 요즘 슬러시도 보기 힘든데... ㅠㅜ
  • profile
    title: 가난한까마귀      잠을 미루는 건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래서야. 2022.05.16 16:27
    저렴하고 시원한 슬러쉬는 사라지고
    고급진 쉐이크들 밖에 안보여요...
  • profile
    슈베아츠      사람말을 할수 있는 흑우가 있다? 뿌슝빠슝 2022.05.16 16:41
    쉐이크는 더위해소가 안된단 말이에요 ㅠㅜ
  • profile
    애플마티니      양고기를 좋아합니다. 2022.05.16 16:17
    정말 빙수에 진심이셨군요.
  • profile
    title: 부장님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2.05.16 18:42
    지금까지 살아 계시면 애플망고 빙수를 대접하고 싶군요.
  • profile
    title: 민트초코코알라      멋있는!코알라!많고많지만~ 2022.05.16 17:35
    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 profile
    title: 부장님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2.05.16 18:43
    여름에 일주일 1~2번 빙수는 먹어야죠
  • profile
    白夜2ndT      원래 암드빠의 길은 외롭고 힘든거에요! 0ㅅ0)-3 / Twitter @2ndTurning 2022.05.16 18:35
    글 표현이 엄청나게 섬세하셨네요...!
  • profile
    title: 부장님유니      scientia potentia est 2022.05.16 18:41
    그가 말솜씨와 언어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자길 감시하러 온 나이 든 순사들도 자유자재로 웃기고 울리고 그럴 정도였습니다. 지금 태어났더리도 저 말솜씨로 한 자리 꿰어찼을 거에요.
  • ?
    leesoo      raysoda.com/user/leesoo 2022.05.16 19:26
    저는 혈당 팍팍올려봐도 글솜씨는 안늘어나더군요... 뇌는 타고나는것 ㅠㅠ

작성된지 4주일이 지난 글에는 새 코멘트를 달 수 없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295 잡담 추억템 두드등장 6 file title: 삼성DontCut 2023.09.05 565
77294 잡담 12/13세대 이슈 확인해보기. 7 file 360Ghz 2023.09.05 784
77293 퍼온글 315호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9 file title: 가난한AKG-3 2023.09.05 979
77292 핫딜 아이뮤즈가 칼을 갈았습니다 G99 태블릿 26 file title: 가난한까마귀 2023.09.05 1907
77291 잡담 밥먹고 하다가 포기한거 6 file Ι337 2023.09.05 683
77290 퍼온글 화엄사 절밥 근황 7 file title: 부장님유니 2023.09.05 1084
77289 잡담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술 담배를 줄이는 부작용이... 14 그림자 2023.09.05 870
77288 퍼온글 진품을 가품으로 오해해버린 롤렉스 코리아 근황 24 file title: 부장님유니 2023.09.05 1679
77287 잡담 스타필드 행성 타일도 전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19 file Marigold 2023.09.05 1136
77286 잡담 샤오미 레드미패드 SE 샀습니다 9 file Cliche 2023.09.05 1424
77285 잡담 딸깍필드라 불린 그 게임의 새소식 9 Marigold 2023.09.05 1592
77284 잡담 우리 비발디가 변했어요.. 7 file title: 폭8이게뭘까 2023.09.05 889
77283 퍼온글 새벽 질주 음감(1) 4 title: 삼성DontCut 2023.09.05 558
77282 잡담 레노버 P11이 죽었슴다... 14 file Cliche 2023.09.04 1278
77281 잡담 지글의 정체성이 위험합니다 11 file 360Ghz 2023.09.04 878
77280 잡담 "미식가적 기질" 24 file title: 가난한까마귀 2023.09.04 729
77279 핫딜 [하이마트] PowerColor 라데온 RX6700XT 등등 시... 18 file title: 부장님유니 2023.09.04 804
77278 잡담 2단계 인증 킹받네요 4 title: 명사수M16 2023.09.04 486
77277 잡담 알리발 3.5인치 하드웨어 모니터 12 file RuBisCO 2023.09.04 1094
77276 퍼온글 종말의 하렘 for 바다거북 16 file title: 명사수AZUSA 2023.09.04 920
77275 퍼온글 전쟁에서 가장큰 적은 누구인가 ? 5 file _랑_ 2023.09.04 728
77274 잡담 오늘 날씨 뭔가 이상해요 7 360Ghz 2023.09.04 408
77273 잡담 요즘보면 대체제가 더 빨리 사라지는것들이 보여요 17 file 고자되기 2023.09.04 801
77272 퍼온글 저 진짜 결혼하기가 두려워요 인터넷에서 보니까 23 file title: 컴맹임시닉네임 2023.09.04 1455
77271 퍼온글 6주만에 뒤바뀐 형세 10 file 고자되기 2023.09.04 1027
77270 퍼온글 수상하도록 돈이 많은 분이 살 듯한 모니터 18 file title: 부장님유니 2023.09.04 2267
77269 퍼온글 압류시도에 총기난동 16 file title: 명사수AZUSA 2023.09.04 1344
77268 잡담 어떤 병원의 장서목록 17 file 낄낄 2023.09.04 990
77267 잡담 맥도날드 오더 6 file Retribute 2023.09.04 807
77266 퍼온글 교사집회 깃발 근황.jpg 14 file title: 부장님유니 2023.09.04 305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9 210 211 212 213 214 215 216 217 218 ... 2790 Next
/ 2790

MSI 코리아
더함
한미마이크로닉스
AMD

공지사항        사이트 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신고와 건의


기글하드웨어는 2006년 6월 28일에 개설된 컴퓨터, 하드웨어, 모바일, 스마트폰, 게임, 소프트웨어, 디지털 카메라 관련 뉴스와 정보, 사용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개인 정보 보호, 개인 및 단체의 권리 침해, 사이트 운영, 관리, 제휴와 광고 관련 문의는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관리자 이메일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