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아이폰 6S를 신품으로 거금을 들여 샀었으나, 지금은 10만원 초까지 떨어졌습니다. 신품이라니 처음에 살 때부터 못마땅했지만 이렇게 한번 겪어보고 나면 다음에는 안 그러겠거니 했지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 사이에 애플은 손절하고 갤럭시로 갈아탔고요. 남는 폰은 팔아야지 어쩌겠나요. 하지만 이게 이사랑 겹쳐서 팔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산다고 했다가 파토내는 일이 워낙 많아서요.
멀리 나가기 귀찮으니 당근마켓에 올리는데, 개중에는 이야기를 딱 듣자마자 그 사람한테는 안판다고 잘라 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는 마누라 입장에선 산다는데 왜 안파냐고 묻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촉이 안 좋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거래 전에 파토. 그러다가 오늘 다시 연락이 왔는데요.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아 드디어 팔렸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랑 마누라 모두 말이죠. '드디어 주인을 찾아 가는구나' 이런 말도 나왔으니.
약속 시간에 거래 장소에 나가니 상상 이상이더군요. 아는 사람이랑 되게 닮은 젊은 여자사람 두명이 저한테 오더니만 큰 소리로 '당근!'이래요. 그리고 폰을 보기도 전에 돈봉투부터 줍니다. 확인은 해보셔야죠 했더니 안되면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그냥 들고가요. 제가 핸드폰 테스트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전원은 켜 보고 화면은 보고 버튼을 눌러보고 유심까진 꽂아보고 사는데, 이렇게 쿨한 분들은 생전 처음이었어요.
이사를 마쳤으니 집에 애매하게 남는 부품도 정리하긴 해야겠는데, 정리하기 애매한 물건도 섞여 있어서 참 그렇군요. RTX 30 시리즈가 나왔으니 이제 RTX 20 시리즈를 팔아야 맞는건가 그냥 컬렉션을 채우는게 나은건가 고민이고.. 집에 애매하게 창고로 쓸 공간이 나오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공간이 없었다면 진작 치웠을텐데요.
범상찮은 인싸의 기운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