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글 아닙니다.
IT기기랑 관련된 어느 사이트든, 게시판을 가든
플래그쉽, 하이엔드, 퍼포먼스, 메인스트림, 엔트리...
따위의 용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VGA를 예로 들자면, 예전 쥐포수의 경우...
GTX 80시리즈는 플래그쉽or하이엔드 70은 퍼포먼스, 60은 메인스트림, 50,30은 엔트리 이런식으로...
요새는 좀 플래그쉽을 빼곤 거의 사용 빈도가 줄긴 했지만...
위의 용어들은 소위 '급'을 나누는 단어군이죠.
그 중에서도 플래그쉽과 하이엔드가 말입니다...
사실 두 용어는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플래그십은 flag(깃발) + ship(함선) 즉, '기함(旗艦)'
옛 군함 전단이나, 상선대 등에서 지휘관이 타고있는 배, 즉 우두머리가 되는 배가 깃발을 달고있다해서
어떤 무리나 제품군에서 으뜸되는 것을 플래그십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물론 지휘관이나 대장이 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무장하는 등 스펙이 가장 강력한 함선이었겠지요.
그래서 현대의 플래그십이라는 용어도 가장 뛰어난 스펙을 갖춘 제품을 플래그십 이라고 부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하이엔드는 무엇일까요?
high-end high(높은) + end(끝) 즉, 높은 것의 극, 높은 것의 끝.
예 그렇습니다. etymology 적으로는 플래그쉽과의 뜻 차이가 거의 없지요.
어떻게보면 플래그십보다 더 직관적으로 최상위 제품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영영사전의 정의로는 'of very good quality and usually expensive'
우리말로 '아주 품질이 뛰어나고 보통은 비싼' 정도의 뜻이 됩니다.
어...? high-end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보통 가장 좋은게 가장 비싸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논리적으로도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되지만
(반례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가장 비싼게 가장 좋다.'는 명제는 그럴듯하지만 경험적으로 반례가 꽤 있다는 사실을 느끼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사전적 의미로 하이엔드는 플래그쉽보다 성능면에서는 후져도 된다는 얘기지요.
즉 플래그쉽은 무조건 자사 제품군에서 1등을 찍어야하지만 하이엔드 제품군은 "성능, 품질이 '1등은 아니더라도' 좋기만 하면서 비싸면 된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깨달음을 하나 얻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S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최신 라인업에서 같은 제품군에서 약간의 스펙 장난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글고기웨어 여러분들은 익히들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 소식을 듣고서는 "플래그십 제품군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ㄴㅇ러ㅏㅣㄴㅇ러ㅣㅏㄴㅇㄹ"
항상 폰 만큼은 플래그쉽을 사는게 좋지. 라는 생각이 강한 저에게 S사의 행보는 발작을 일으키기에 충분 했지만 위의 내용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플래그십' 제품은 딱 하나만 있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밑의 동생 모델들은 적당히 하이엔드라고 후려치고 마음껏 장난을 쳐도 '사전적 정의'로는 어긋날 것이 없는 것이지요...
과연 국내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집단 중에서도 최고 엘리트들이 골똘히 고민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자 제 마음속의 불편함은 개비스콘을 들이킨 아저씨의 통증처럼 싹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정말 우연히도 개비스콘을 먹은 시각적 효과가 S사의 브랜드컬러와 유사한 청색 계열이군요...
그리고 제 손에는 S사가 지금껏 추격하고 항상 챔피언 자리를 따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A사의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자각했고, 현재 27개월째 동고동락하는 S7모서리 스마투폰(엑시노스 출신, 번인 없음, 배터리 설계용량대비 최대용량 80%)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한때 이 모델도 '플래그십' 이었겠지...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더냐. 굳이 '플래그십'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 잠깐의 순간에 이 친구와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습니다.
마참내... 저는 외치고 말았습니다.
"공책 20 그리고 평판 S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