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애 키우는게 참 어렵네요' https://gigglehd.com/gg/bbs/10110490 에 이어서...
첫째랑 타협을 봐서 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게임도 쉬는 걸로 합의를 봤던게 지난 5월 중순 좀 넘어서였었네요.
그로부터 2주 한달 정도는 쿨타임을 좀 가졌습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만 하면 돈땃쥐...
대신 휴대폰 게임도, 웹 브라우저 만지작 거리는 것도 최소화 하도록 시간을 좁혀놨었습니다.
(수정: 2주가 아니라 거의 한달 쯤 쿨타임을 가졌습니다. 그 사이에는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졌었던걸로 다시 기억이..)
그 이후에는 PC 게임을 허용하되, 숙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고, 다 끝난 이후에 즐기도록 했습니다. 기존과 뭐가 달라졌는지? --> 협상이 없어졌습니다. 보상의 개념에서 취미의 영역으로 옮겨간 셈입니다.
하는 게임이라고 해 봐야 마인크래프트와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그리고 안드로이드 게임 몇 개. 시간 제약은 두지 않았어요. 꼬맹이 생일이 되어가던 때에는 던전스 DLC를 사주는걸로 선물을 퉁 쳤고.
현재 정책은..
==> 스스로 해야 할 것 다 하고나면 두시간이건 세시간이건 OK.
- 대신 자야할 시간이나 다른거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알려주면 그만할 것.
- 게임은 즐기자고 하는 취미니까 화나거나 슬퍼지는 등 감정 통제가 안되면 쿨다운. 최소 단위는 2주.
- 해야 할 일(그래봐야 숙제..)들의 퀄리티 컨트롤은 선생님이나 엄마가 지적하지 않을 수준이면 OK. 지적사항이 발생하면 => 강제 쿨다운. 기간은 문제의 경중에 따라.
의외로 1번만 경고 먹고 나서는 아직까지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학원을 안 보내면서 애 엄마가 불안해하는 것은 영어 단어/문장 10개 매일 암기 및 확인.. 으로 어떻게 잘 막아냈었고.
요새는 둘째가 자기 할 일을 끝내기 전까지는 못하는 걸로 조건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둘째가 첫째 노는걸 옆에서 같이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서요. 때문에 요새는 첫째가 둘째 숙제를 쪼는(?) 풍경이 벌어지게 되었네요.
그것 말고는...
엄마 폰의 패밀리 링크를 조작해서 일부 게임의 시간을 풀었다가 3일만에 검거... 좀 많이 혼냈었네요. 혼난 이유는 조작 보다는 아무것도 안했다고 거짓말해서 혼냈습니다.
특정 앱의 시간을 무제한으로 하면 전체 시간이랑 상관없이 실행 가능한가 보더라구요? ... 그래서 전체 시간은 잘 걸어놨는데 왜 그 이상 즐기는거지.. 라고 생각하다가 검거가 좀 늦었습니다.
암튼, 한 4개월 넘어가는 시점에 의외의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다시 영어학원 가겠다고.. 그래서 저번달 부터 다시 보내고 있습니다. 보내는 시점부터는 저랑 하던걸 그만하고 그냥 숙제로만 돌렸어요. 스트레스 덜 받으라고 단계도 낮춰서 했던거 다시 하는걸로.
한동안 잘 나가나 싶더니 오늘 전화가 와서는 또 학원 가기 싫다고 하길래... 어려워서 그러냐고 그랬더니 했던거 또 하니까 지루하다고 하더라구요.
... 생각해보면 그럴리가 있나 싶어서 살살 긁어봤더니, 같은 클래스에 자기보다 잘하는 아이가 있는지, 아니면 은근슬쩍 기분상하게 하는 불편한 아이가 있는가봐요. 다행히 괴롭히는 건 아닌듯... 그래서 한참이나 전화 붙잡고 이런저런 꼰대질을 해 줬습니다. 대충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공부는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걔가 너보다 얼마나 잘하건, 니가 얼마나 잘하건 어차피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걔보다, 너보다 잘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못하는 사람도 수 없이 많다. 지금 비교하면서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남과 비교하면서 마음 상해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마음 상하면 나빠졌으면 나빠지지 좋을 것이 없다. 아빠도 매일 일하면서 숱하게 욕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거 마음에 담아놓고 일하면 일이 오히려 안되더라. 아빠도 그런 날은 일을 제대로 못하는 때가 있다. 공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하건 니한테 쪽을 주건 어쨌건 너는 내가 사랑하는 꼬맹이다. 말 안해도 엄마도 같을거다. (이하 낯간지러운 말들) ..."
하다보니 저도 낯이 간지러운지 엄마한테 휴대폰 돌려주고는 학원 시간 다 늦었다고 간다고 하더라구요. 마누라한테도 적당히 얼르고 보내라고 이야기해주고 끝.. 어떻게 오늘도 무사히 꼬맹이의 하루가 지나갈 것 같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저인가 싶네요. 요새 일과 사람에 치여가지고 휴직을 하니 이직을 하니마니.. 뭐 평소처럼 중고롭게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어딘가에 처박혀서 며칠만 보내고 싶은데 그러면 좀 나아질라나... 잘 모르겠네요. 기글 육아맨들 힘내세요..
밥주고 재워주면 만사형통인 지금 정말 편하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