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어는 아닙니다. 혼자 살때는 차를 왜 사냐고 큰소리치고 다녔거든요. 제주도에서도 버스타고 여행할 수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가 생기니 달라지네요. 저 혼자 피곤하게 다니는 거랑 애랑 짐이랑 함께 피곤한 건 다르니까요.
이사갈 집에 주차장이 있으나 차 세워둘 곳은 확보했고요. 빚쟁이라서 새차는 못사겠고 중고차를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차를 사봤자 자주 타진 않을텐데, 새 차는 세워두기만 해도 감가가 크잖아요.
중고차를 볼 줄 모르니 그저 케이카나 뒤적거리고 있고요. 그래서 생각만큼 싸진 않네요. 맘에 든다 싶으면 연식이 오래되거나, 키로수가 많거나.. 싸고 좋은 건 없다는 세상의 법칙을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둘러보다보니 3천만원짜리 911도 보이던데, 그런걸 샀다간 '기글 사장님 요새 살만하신가봐요' 이런 소릴 들을까봐 무섭더군요. 제가 무슨 벤츠 끌고 다니는 옆동네 사람처럼 버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3천만원이 있으면 땅을 사지 차는 안사죠. 느긋하게 그랜드 투어링을 하면서 운전할 여유가 있어야 차에 3천만원씩이나 쓸 명분이 생기니까요. 땅이야 늙어서 자연인 비슷하게 살거란 야만을 품고 지르는거고.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소린데, 카이엔은 유독 중고가가 싸네요. 911 같은 건 연식이 올라가면 프리미엄이 붙는데 카이엔은 아니군요. 기름값이나 수리비가 어마어마한가 봅니다. 살 일은 없겠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