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AM3(AM3+)보드 남는 거 싸게 던져주실 분 찾습니다>
https://gigglehd.com/gg/index.php?mid=bbs&category=14058&document_srl=11390735
그리고
<보드 나눠 드릴거 테스트해보는데>
https://gigglehd.com/gg/bbs/11392153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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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친구가 봐달라고 가지고 온 구형 AM3 PC는 보드가 고장나 있었습니다. 당일날 어떻게든 손봐가지고 돌아가고자 했던 친구는 아쉬운 얼굴로 몸만 허전히 돌아갔었죠. 저는 고민 끝에 기글에 SOS를 쳤고... 사정을 들은 고자되기 님께서 주중에 보내주신 택배가 지난 목요일날 도착했습니다.
제가 10여년 기글링 하면서 다른 분들 좋은 컴퓨터 구경 잘 하고 현직 계신분들 다양한 말씀 흥미롭게 잘 듣고.. 호무라님 맛집기행도 재밌게 보고 그러면서.. 그리고 상황 힘들때에 SOS 하면 대인들께서 나눔들 보내주시고 (지난번 큰 나눔을 통해 저는 위기를 극복하고서 재기 중에 있습니다.. 그떄 여기저기서 보내주시고 하셨던 분들 다시 생각해보아도 정말 감사합니다... ) 그렇게 애착가지고 잘 지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아쉽고 가장 부럽고 또 서운한 것은 아니 저는 저 테이프가 없어요
왜때문이죠 아니 나만 기글테이프 없어..
야근하고 밤늦게 와서 아이고 택배네 하면서 박스를 열어보는데 근데 이게 보드 하나 들어있는데 뭐가 이렇게 묵직한 걸까.. 싶었는데
아이고 맙소사.. 이렇게 많은 부품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램에 SSD에 아니 써멀구리스까지 들어있는데 아니 내가 도대체 무엇을 받은거야 싶더라고요... 정말..
신나가지고 분해해보는데 쿨러냉각 상태에서의 무뽑은 AMD 전통입니다(엄근진)
이건 원래 있던 PC에서 그래픽카드 탈거한 상황입니다. 오른쪽의 대형쿨러는 잘만 AM3 쿨러더라고요. 베어링 노후상태에 PWM 아니되는 그런 거 같더라고요. 요즘 컴터들에 비하면 소음이 상당했습니다만 근데 이 시절에는 다들 에지간히 시끄러운 컴퓨터를 썼었던 거 같아요. 대충 잘 돌아가네 하면서 잘 썼습니다.
이건 한떄 잘 나가던 지포스 260입니다. 보조전원 2개를 필요로 하고 사람들은 이런 그래픽카드로 WOW를 돌리곤 했었죠.
2021년 현재에 와서는 AMD APU 내장그래픽의 반 정도 되는 성능이 나옵니다. 그래도 바탕화면 표시기 520 710 이런 애들보다는 얘가 2배 이상 성능이 있습니다. 적당히 먼지를 털고 다시 재부착을 할 것입니다. 물론 유투브 가속 그딴 거 안됩니다. 여러분들께서 260과 710이 있다면 저는 710을 권합니다. 작고 아름답고 전기적게 먹고 동영상 가속도 잘 됩니다.
슈플의 600P12A 파워는 당시 주목받던 액티브PFC 기술이 탑재되었으면서 나름 판매량이 있었던 모델이었습니다.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아시는바와 같이 이 모델로 인해 슈플은 하드킬파워. 하드 날려먹는 파워로 유명해지고 폭망했죠..
야 이 파워 이대로 써도 되나 고민했습니다만 어차피 이 PC는 마지막 네크로맨서 마지막 투혼이다 여기서 뭐라도 하나 더 고장나면 그대로 내버리는 거다라고 친구랑 이야기하고 그냥 장착했습니다. 이거 한다고 파워 새로 살 것도 아닌 거 같고요. 지난 10여년간 어떻게 어떻게 써 왔다는 사실에 기대보기로 했습니다.
나눔해주신 보드를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리 듀얼채널로 해야 된다 해서.. 이떄쯤 해서 친구녀석이 허겁지겁 도착해서.. 이후로는 사진촬영을 놓쳤습니다... 라면 끓이고 사는 이야기 하고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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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치우고 보내주신 SSD 달고 윈도우 대충 깔고.. 원래는 2기가 2개였는데 이제는 거기에 4기가 2개가 더해져 있습니다. 이정도 램빨이면 윈도우10 낭낭하게 돌아가죠. 제가 꼬물컴 레저렉션 전문가인데 윈도우10에서 4기랑 8기가는 미친듯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포스 260은 엔비댜 공홈에서 마지막 드라이버가 2016년 판이더군요. 유투브 틀어보니 VP9 1080p 30f 그런거 시퓨빨인지 그럭저럭 돌아는 갑니다. 물론 다른 작업하면 유투브 끊겨요.. 뭐 주 용도인 엑셀이나 HWP라든가 웹검색 같은 건 여전히 그럭저럭 잘 되지 말입니다. 아니 SSD 달고 램 늘렸으니 팍팍 뜨고 그렇죠.
친구녀석이 잡아보더니 아니 사무실 PC만큼 빨라졌다고 아주 놀라워 합니다. 거 왜 하드쓰다 SSD 처음쓰는 그 경험 다들 아시잖아요. 다만 대부분의 기글러들은 회사PC보다 집의 PC를 더 빠른 것들을 쓰실 거 같거든요. (물론 저혼자 생각입니다;;) 그래서 뭔가 마음이 짠하다 해야 되나..
이거 이리 되면 디아블로 레저렉션도 깔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아니 깔리기는 하는데 사실 실제로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저랑 둘이서 또 차 끌고 시골 피씨방 찾아서 잠깐 다녀왔습니다. (아니 갔는데 저 같은 아재들께서 삼삼오오 디아블로 하시고 있더라고요;;; 친구 캐릭터 새로 만들어서.. 나중에 17랩 되면 제가 잠행 룬워드랑 학식 투구 준다 했습니다..)
그렇게 친구 밤늦게까지 놀다가 와이프 전화받고 혼나면서 후다닥 집으로 갔습니다. 끝까지 고맙다 고맙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거 부품 보내주신 분께도 꼭 고맙다 말씀 전해달라 하였습니다.
친구녀석이 인근에 (그래도 차로 30분 이상;;) 있기는 있는데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그리고 친구는 결혼해서 애아빠인데다가.. 코로나 시대 맞으면서 실제 만나지 못한 지 오래 되었는데. 이번에 2주말 연속 보면서 이야기 좀 들어보니 친구 나가던 사무실도 코로나로 일이 거의 안되고.. 그렇게 좀 힘든 시절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친구녀석도 돈 펑펑 벌고 외제차 쉽게 끌고 다니고 그랬으면 집에서 컴터 한대 못 맞추겠습니까. 수입이 쫀쫀한데 전세값 폭등하고 하니 친구네 와이프도 갈수록 자비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거에 저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어디서 샌디할배라도 구해가지고 업글해 줘야겠다 싶고..
그렇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 보내고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와 앉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고생을 하시고 계세요. 저도 그랬다가 이제 좀 많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아직 그 고생을 실시간으로 겪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몸이 고생인 것에 더해 마음이 우울한 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그 와중에 집값 전세값은 또 폭등했으니 뭔가 사회적 양극화 같은 것은 코로나로 더욱 심각해졌구나.. 결국 사회적 위기와 혼란을 겪으면서 서민들은 더욱 삶의 질이 하락하는구나 ..하는 다분히 사회정치적인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보드 구한다는 이야기 듣자말자 쿨하게 (진짜 쿨하셨어요...) 어 알겠고 전번 주소 줘라 하셨던 고자되기(아니 닉넴도 쿨..) 님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립니다. 보드도 보드인데 이게 램 늘어나고 SSD 들어간 게 실로 체감적인 성능향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녀석 옛날처럼 좋아하는 거 보면서 저도 고생했던 게 보람되면서 참 많이 기뻤습니다. 이래서 제가 똥컴 레저렉션을 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선도업체와 파워유저에게는 철지난 부품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실로 체감되는 업그레이드 부속인 거죠. 제가 디아블로 수수깨기 갑옷은 없지만 새로 시작하는 친구에게 나눠줄 1스킬 학식 뚜껑은 많단 말입니다. 그런 개념인 거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자되기 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낄대인을 비롯한 모든 기글러들의 겨울이 따뜻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