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춘천의 가게 함지레스토랑입니다.
위치는 춘천중앙시장과 명동 근처로 나름 입지도 좋은 축인데, 외지인 입장에서는 남춘천역에서 200-1번 버스를 타면 바로 앞에 내려주니 남춘천역에서 타는 걸 추천드려요.
들어가니 분위기와 메뉴판 등이 40년 넘은 그 분위기면서도 낙후되거나 썩은 느낌이 없습니다. 꽤 깔끔하고 중후하다고 할까요? 서빙하시는 웨이터들도 정장을 갖추고 연세가 중장년 이상으로 보이는데 그 분위기를 살립니다.
전 25000원짜리 함지 정식으로 시켰습니다. 먼저 수프 선택이 가능했는데 크림수프 대신 야채수프를 시켰습니다. 갈색 빛이고 살짝 김치찌개 잘 끓여진 그 야채가 익은 듯한 향이 납니다. 맛은 토마토 베이스에 양배추, 쇠고기, 당근, 양송이 등을 끓인 건데도 묘하게 김치찌개나 김치국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납니다. 고추가루 맛이 빠지고 후추가 들어간 찌개, 그리고 제가 2015년경 유럽에서 본 굴라시의 그 느낌입니다.
여긴 빵과 밥이 같이 나오는데 빵은 모닝빵을 두개 합친 모양인데 뜨겁게 데워서 버터를 굳이 올리기만 했는데도 녹아서 잘 발립니다. 밥은 접시에 펴서 주네요.
셀러드는 유자 드레싱을 쳤는데, 그 유자 드레싱을 주스처럼 다 마시고 싶을 정도로 적당한 단맛, 신맛, 향긋한 향이 납니다. 단무지는 노란 치자 염색을 하지 않은 하얀 물건인데 적당한 단맛과 신맛과 아삭함이 있습니다. 김치도 적당한 아삭함인데 겉절이 단계에서 살짝 익어가는 수준의 발효네요.
돈가스의 경우 데미그라스 소스는 딱 여러분이 생각할 그 맛입니다. 적당히 달달하지만 또 짭짤하고 감칠맛이 올라오는 그 맛. 튀김은 바삭하면서 적당한 두께, 고기는 적당히 두툼하면서 망치로 펴서 딱딱하지 않고 적당히 씹힙니다.
함박스테이크는 예전에 간 로마 경양식처럼 뭉친 질감이 약하며, 고기와 야채를 갈아서 뭉쳤습니다만 묘하게 강황같은 향신료가 들어가 잡내를 잡고 고기 맛을 강조합니다. 저 강황인지 뭔지 모를 향신료가 개성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어요.
랍스터는 작지만 딱 정식 맴버로 들어가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살이 차 있고, 그 살에 양념과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워낸 것 같습니다. 살은 적당히 쫄깃하면서 해산물 특유의 진한 감칠맛과 바다내음이 났으며, 비릿내가 양념에 잘 가려져서 이 가격대에서는 나름 훌륭합니다. 제가 먹은 수준의 신선함과 맛에서는요. 랍스터는 계절과 개체 차가 있어서...
사이드로는 버터로 볶은 옥수수, 치즈가 들어간 마카로니인데 후추로 풍미를 올리고 적당하게 익혔습니다. 후식으로 녹차, 커피, 사이다, 콜라, 아이스크림 등이 나오는데 전 사이다를 시켰습니다.
여러가지로 춘천에 숨어있는 재야고수 같은 느낌으로, 춘천 가시면 남이섬과 닭갈비만 드시지 마시고 한번 여기 가셔서 레트로함을 즐겨 보시는 것도 좋으실 겁니다. 전 정식을 시켜서 비싸지, 돈가스나 함박같은 단품은 충분히 부담할 만한 가격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