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주고 사는 술은 가급적 안 마시며, 남이 사는 술이라면 더더욱 안 마신다는 지론을 갖고 있으나, 느린마을 막걸리가 맛있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호기심에 마트에서 한 병 사봤습니다.
막걸리를 그대로 두면 청주는 위로 뜨고 탁주는 아래로 가라앉는데, 이걸 흔들어서 마실만큼 술에 익숙하진 않아서 위에 뜬 맑은 술만 마셔봤습니다. 맛있군요. 보통 막걸리는 사카린 맛이랑 두통이 심해서 못 마시겠는데 이건 그런게 없고 개성있는 맛이 나네요.
하지만 맑은 술만 뜨니 머그컵으로 딱 두잔 나오고요. 마지막 세잔째에는 탁한 술이 나오는데 이건 텁텁해서 못 먹겠습니다. 막걸리 한병을 사서 딱 두잔까지만 마신 셈이군요.
제가 안주를 혼자서 다 먹을 동안 술, 물, 담배로만 시간을 보내던 주당들이 이렇게 마신 꼬라지를 보면 극대노할것 같은데. 새해도 됐으니 그 안 반가운 사람들한테 전화나 할까 싶네요.
좋다고 막 먹다가 다음날 힘들고 하는건 그냥 마시는거랑 똑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