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에 초도비행을 한 SR-71 블랙버드 전략정찰기의 당시 생산 라인입니다. 당시 워낙 높은 기밀이여서 그런지 남아있는 사진도 거의 없네요. 컬러사진은 더더욱. 미래적인 설계의 기체가 조립되고 있는 사진을 보면 이게 현실인지 스타워즈의 한 장면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거의 60년 전 사진인데 말이죠.
U-2 정찰기가 소련 방공망에 격추되자 미국은 새로운 고고도 전략정찰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온 물건이 이 기체입니다. 록히드 사에서 생산했고 85,000피트(27Km) 상공을 마하 3.2 의 속도로 순항비행 할 수 있었죠. M16 소총에서 발사된 5.56mm 탄의 속도보다 빠릅니다. 티타늄 재질로 생산되었고, 생산 댓수는 고작 32대.
이 물건이 웃기게도 너무 빠른 속도로 날다 보니 대기와의 마찰열이 너무 심해서 연료가 동체를 돌며 냉각수 역활을 한 뒤에 연소되었고, 금속팽창 때문에 유격이 있게 설계되어 지상에서는 연료가 샙니다. 최소 연료만 탑재하고 이륙하고, 이후 공중급유를 필수로 받아야 하죠. 조종사는 우주복이랑 비슷한 여압복을 입고 타야 하며, 주 무장은 카메라. 기초적인 수준의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물건입니다.
결국엔 압도적인 유지비 부담과 인공위성의 등장으로 1998년 전량 퇴역했지만, 당시 항공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던 기체였죠. 많은 팬이 있기도 하구요. 당시 미국이 얼마나 체제경쟁에 열을 올렸는지 보여주는 물건이랄까요. 소련 상공을 밥먹듯이 드나들었는데 퇴역까지 단 한 기의 기체도 격추당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기밀 유출의 우려 때문에 당시 관련 자료와 공구까지 전부 파기된 상태.
비슷한 기밀덩어리인 F-117도 죄다 스크랩처리되어버렸는데. 이런 하이-테크 기체들이 한시즌만 쓰고 내다버리는거 보면 아깝다라기보단 불쌍하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