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걸 늘 하기 싫은 행위이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서 주말이나 공휴일에 날씨까지 화창발랄하다면 더더욱 하기 싫어지는지기에 점심 식사 후 가정 주부답게 집안일을 하고나니 정작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 해치워야 하는 일은 진도를 나가고 싶은 의욕이 완전히 떨어져 이럴 때일수록 더욱 포근한 침대 위에 누워 서울 구치소의 식단은 내가 혼자서 챙겨 먹는 것보다 꽤 괜찮지 아니한가 등의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반복하다가 빈둥거림이 이 이상 지속되면 일정에 심각한 하자가 날 것이라 판단된 초저녁에 일어나 컴퓨터가 있는 방의 불을 켜 보니 6개의 다리가 달린 갈색 몸뚱이로 그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불쾌감을 피할 수 없는 어떤 곤충이 마누라 의자 앞에서 바둥거리다가 기어코 절명한 것을 발견하고 그 어떤 악플러나 분란종자에게도 하지 않았을 심한 욕설을 지껄이며 사체를 처리하였습니다.
나름대로 새 집에 꼭대기층이니 집의 구멍을 통해서 들어왔을 가능성은 낮다 보이고 하수구는 벌레가 기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아두고 상당히 효과를 보았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며 평소 청소를 게을리 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은 하는 축에다가 집에 음식물이나 그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는 것도 아니거늘 이런 유쾌하지 아니한 생물체가 안방 한가운데 등장하였다는 것은 분명 집 어딘가에 웜홀이 있어 그곳을 타고 진입하였거나 아니면 집 안의 신기하고 오묘한 물리/화학적 법칙에 의해 본래는 그것이 아니었을 물질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으로 재창조되었거나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였으나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 반박된 자연발생설이 실증되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인 현장이 아닐까 곰곰히 고뇌하고 있으려니 본래 하려던 일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군요.
한줄요약: 바퀴벌레 때문에 짜증나는데 더욱 일하기 싫다.
이런 쓰잘데기없는 글 쓰는 속도대로 일이 후딱후딱 진도가 나갔음 전 하루에 리뷰를 하나씩 올렸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