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시한 2022 Ford F-150 Lightning입니다.
그릴이 꽉꽉막혀있는걸 보면 아시다 싶이 포드의 베스트 셀러인 F-150의 전기버전입니다. 전기차가 트랜드인 요즘 자사의 베스트 셀러 트럭의 전기버전을 내는 것은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뒤의 수식어인 "Lightning"도 전기버전과는 꽤 어울린다고 봅니다.
다만, 포드가 "Lightning"브랜드를 처음 쓰는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포드가 Lightning 브랜드를 처음 쓴건 1993년, 한창 고성능 트럭으로 제조사들이 경쟁하던 시절에 나온 F-150 베이스의 F-150 Lightning입니다. 2004년까지 2세대를 만들고 사라진 라이트닝은 레귤러캡(1열만 있는 것을 뜻합니다), 낮은 차체, 고성능 V8의 자동차 매니아들만의 차량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Lightning은 이후에 "Raptor"라는 브랜드로 포장도로보단 오프로드에서 빠른 차량으로 다시 태어나 나름대로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듯 싶었습니다.
최근 포드가 Lightning 브랜드의 재탄생을 알렸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좋아했습니다. 재미없는 차량이 넘치는 세상에 흔히 말하는 변태같은 차량이 하나 더 등장하는가 싶었죠.
하지만 포드가 결과물로 내놓은 것은 레귤러 캡도 아닌, 낮은 차체도 아닌, 공격적인 바디킷을 두르지도 않은, 심지어 엔진도 없는 그냥 전기버전 F-150이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욕을 합니다. 포드가 F-150의 전기버전을 내서가 아닙니다. "Ford F-150 Lightning"이라는 이름으로 차량을 내놔서 입니다. 심지어 이런일이 첫번째도 아닙니다
2021 Ford Mustang Mach-E입니다.
머스탱, 자동차광이 아니더라도 알만한 이름이기도 하고 이름을 모르더라도 사진을 보여주면 알만한 그런차입니다.
처음엔 포니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카마로와 챌린저등과 함께 머슬카의 대명사중 하나죠. 2도어 쿠페에 V6도 있지만 그래도 V8을 더 쳐주는, 이것도 자동차 매니아의 차량이기도 합니다. 현행버전도 5리터, 현재로써는 꽤나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V8를 라인업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포드가 새로운 머스탱이라고 한 차량을 소개합니다. 2도어도 아닌, V6는 커녕 엔진도 없는, 붕 뜬 전기 SUV를 머스탱이라고 가져옵니다. 심지어 그냥 머스탱 EV도 아니었죠 현재는 새 버전이 나왔지만 그전까진 16년간 명맥이 끊겨 있던 "Mach"이름까지 따와서 붙혀줍니다.
엔진이 없는 머스탱, 낮은 쿠페가 아닌 머스탱, 심지어 머스탱중 최고성능 버전에만 붙었던 Mach브랜드를 단 이 차량을 보고 여전히 머스탱 매니아들은 머스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내연기관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전기차에 그다지 반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재밌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는게 아쉬울 뿐이죠. 포드가 위 두차량을 내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행보라고 봅니다. 하지만 굳이 머스탱, 라이트닝 브랜드를 가져다 붙혀야 했을까요? 저는 포드 임원진들의 생각이 정말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