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애니메이션이야 차치하더라도) 실제 영화를 찍을 때에는 연출과 촬감이 마주 앉아서 처음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프레임레이트에요. 물론 15년전 필름쓰던 시절에야 필름가격이 부담되어서 23.98을 썼지만 디지털로 넘어온 이래로 그런 가격을 걱정할 이유는 사라졌거든요. 오히려 각 프레임레이트가 가지는 특성을 통해 어떤 정서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죠.
플루이드 모션은 낮은 프레임레이트의 동영상을 높은 프레임레이트로 끌어올려주는 보간기술이라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AJA보드를 이용해서 하던 것을 글카로 하는 것이니 신기하긴 하지만, 리니어 편집하던 시절에 AJA보드를 쓰는 이유는 서로 다른 프레임레이트로 찍힌 영상들을 동일한 프레임레이트로 맞춰서 하나의 테이프에 넣는 것이 목적이었지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논리니어의 시대에 와서도 프레임레이트 보간 기술은 높은 셔터스피드로 찍힌 일반 영상을 슬로우모션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이었지 영상의 프레임레이트 자체를 바꾸는데 목적이 있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플루이드 모션을 비롯한 영상 보간 기술을 이용해서 영화를 보는 분들이 신기합니다. 연출과 촬감 혹은 DOP들이 고민한 룩이 있을텐데, 왜 그런 룩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일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룩은 SD시절 60i를 쓰기까지 했던 스포츠에서 우선시 되는 것이지 한장 한장의 이미지와 정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영화들에 적합한 기술은 아닐텐데...
랩 옆자리 앉은 친구가 플루이드 모션을 켜고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어 주저리 남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