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하나 사려고 밖에 잠깐 나왔습니다. 집 입구 앞에 최소 초등학생 4학년, 최고 6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자전거 위에 발을 엉거주춤 올리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네요.
아무리 봐도 저 자세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슝 내려갈 모양인데, 애가 컨트롤하기엔 성인용 로드 자전거는 너무 크고, 언덕의 경사로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위험하다고 말해도 듣지 않을것 같지만 그럴 시간도 없이, 언덕을 내려가다가 넘어졌어요.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면 좀 나을텐데, 앞으로 한바퀴를 굴러서 머리가 참 아프겠다 싶데요. 아니나 다를까, 애가 바닥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질 못해요.
옆으로 가서 괜찮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못해요. 꿈틀거리긴 하는데. 이게 정말 심하게 다친거면 당장 119를 불러야 하고, 아픈 것보다 부끄럽고 쪽팔린게 더 크면 조속히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데, 판단을 내리기엔 근거가 부족하네요.
지나가던 배달 오토바이 아저씨가 친절하게 내려서 애한테 말을 걸고 일으켜 줍니다. 넘어진 상태에서 억지로 일으키면 오히려 더 위험하니까 저는 손을 안댔지만, 애가 그래도 움직이는게 당장 움직일 정도는 되는듯요.
애는 옆으로 빠져서 앉아있고, 자전거는 세워서 옆에 뒀어요. 머리를 심하게 다치면 문제가 크고, 아주 어린 애라면 억지로라도 병원을 보내던가 할텐데. 일단은 움직이니까 지금 가나 좀 나중에 병원을 가나 큰 차이는 없겠다 싶어서 자리를 떴어요.
집에 오면서 보니 아직도 벽 옆에 있네요. 아프다는 손 말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하고 있기에, 괜찮냐 물어보려고 가까이 가니 골목으로 도망가는데,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것이 지금은 아파 죽기보다는 쪽팔려 죽을 단계인가 봅니다.
예전에 중국에서 살았을 때도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거든요. 꼬맹이가 언덕에서 자기 몸보다 더 큰 자전거 타고 쏜살같이 내려오다가 대로를 지나쳐 미끄러지면서 구른 광경이요. 그래서 이런 광경은 볼때마다 질색이에요.
이게 자기 혼자 굴러서 망정이지 길가던 다른 사람 덥치면서 자빠지면 문제가 참 큰데, 애가 크게 안 다쳤으면 좋겠고, 교훈도 좀 얻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