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선도하는 감성팔이의 레이스가 시작된 이래로 모바일 시장은 돼지도 얼굴보고 잡아먹는 소비자들의 지지 아래 단 0.01mm라도 얇고 0.01g이라도 가벼우면 뭐든 용서되는 외모지상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더 얇게, 더 가볍게, 무슨수를 써서라도!
아, 물론 얇고 가벼운게 일단은 좋긴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달성하려면 당연히 그 반대급부로 무언가 다른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옛날보다 얇은 전화기를 들고다니기 위한 댓가로 포기해야 하는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당장 제품들의 물리적인 내구성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휴대폰은 총알을 막아내는 경이로운 내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몽둥이처럼 휘둘러서 사람을 때려도 그자리에서 그걸로 전화를 받을 수 있을 지경이었습니다. 현재는 밈으로도 쓰이는 노키아가 그중 제일 유별나기야 했습니다만 여하간 노키아는 무려 전화기로 망치처럼 못을 박을 수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책상 높이에서도 떨어뜨리면 부서질까 겁이나는 설탕폰이 즐비합니다. 전화기에 보험을 들어두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고, 사설수리업체들은 부서진 전화기를 들고오는 손님의 행렬을 맞이하며 떼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경이 된 내구성 때문에 사람들은 전화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눈물나게 내구성을 희생해가며 얇게 가볍게 만들어준게 무색하게 만드는 크고 두꺼운 케이스를 씌워서 씁니다. 갤탭을 전화기로 쓴다고 키득거리던게 몇년 전 일 같은데 요즘은 아이폰과 갤럭시에 케이스를 씌워서 갤탭만하게 만들어서 들고 다니더군요. 대체 뭐하러 얇게 만든건데...?
이건 내구성에서만 문제가 되는게 아닙니다. 카메라도 마찬가집니다. 렌즈까지 얇게 만들어서 카메라의 광학성능을 비참할정도로 희생하던가, 아니면 카메라만 툭튀어나오게 만들던가 양자택일이죠. 그리고 대개의 경우 후자죠. 그럴거면 그냥 그만큼 공간을 더 잡고 더 튼튼하게 만들거나 배터리를 더 넣을 수 있는데도. 정작 이래놓고 현실에선 튀어나온거 보기 싫다고 케이스를 씌웁니다. 헤이? 그럴거면 그냥 애시당초 폰을 두껍게 만드는게 좋지 않았을까?
배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래들어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은 쥐꼬리만큼이라도 얇게 만들기 위해서 기구와 결합부위를 생략하기 위해 배터리를 탈착하는 기구를 포기했습니다. 탈착이 가능한 기종이 근래엔 오히려 별종이 되었죠. 그리고 옛날 폰들 두께로 만들었으면 배터리용량이 현재의 곱절은 들어갔을테지만 그렇게 만드는건 포기했죠. 그 결과요? 사람들은 이제 폰을 오히려 옛날보다도 더 두껍게 만들어주는 배터리가 내장된 케이스를 씌워서 쓰거나, 폰 본체보다 무거운 외장 배터리팩을 지참하고 다닙니다. 폰 가지고 놀고 다니면 그날 하루 못쓰거든요. 대체 뭘 위해서 얇고 가볍게 만든거죠?
가용시간만 문제가 되는게 아닙니다. 기기의 정비와 관리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배터리는 소모품입니다. 보증기간이 겨우 6개월밖에 안되는 물건이죠. 하루에 풀사이클이 2번만 돌아가도 1년이 지나고 나면 이미 80% 기준인 수명 500회를 넘깁니다. 심지어 리튬 배터리는 시간이 지나기만 해도 용량이 줄어듭니다. 완전충전 상태로 사용하지 않았어도 1년만 경과하면 최대용량이 80%로 줄어듭니다. 그냥 뭔 짓을 해도 마모되어 깎여나가는게 숙명입니다. 배터리 탈착식 기기는 그냥 마모된 배터리를 수거함에 버리고 새 배터리를 사서 쓰면 그만이지만 배터리 일체형 기기는 그냥 안고가거나 분해중에 기기를 부숴먹을 각오를 하고 자가교환을 하거나, 비싼 공임을 주고 서비스센터에 가거나, 역시 마찬가지로 비싼 공임을 주고 사설수리업체를 찾아가야 하죠. 심지어 배터리에 결함이 있으면 그냥 배터리만 받아서 교체하거나 이상상황에서 배터리를 빼서 분리하는 걸로 기기는 건사할 수도 있을 상황이 기기전체를 잡아먹는 상황이 됩니다. 이미 기종을 가리지 않고 배터리 부풀음으로 기기 내부에 압력이 가해져 이상작동을 하거나 완전히 망가진 사례들도 많았고, 특히나 이번 노트7 같은 사태도 있죠.
단지 보기좋은 얇은 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이 모든걸 희생하는 겁니다. 미쳤어요. 광기 그 자체란 말입니다. 대체 언제쯤 다들 이 미치광이놀음에서 벗어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