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엄밀히 말해 제 집은 아니지만 아무튼 생활하는 곳에 놓을 목적으로 구매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알파인 차량용 오디오가 좁은 방에 놓기에는 최적이지만 거실에 놓기에는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 열세인데다가 소스의 선택권이 다양치 못해... 다중 소스를 지원하고 이뻐야 한다는 본인과 주변인의 니즈에 맞추어서 가져온 물건입니다. 제가 하얀색 계열 인테리어를 좋아하므로 제품이 하얀색이면 더 좋겠지만, 황변을 막을 수가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옵션이 검은색밖에 없습니다. 하얀색 계열 인테리어에 검은색 가전이면 포인트 색상이 될수는 있을듯.
전형적인 그 당시 시기의 소니 디지털 음향기기에 적용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워크맨 / PS3 /카오디오 등과 동일함. 아이팟 / Memory Stick Duo 및 SD카드 / USB / CD 및 DVD와 외부 비디오 입출력을 전부 지원하기에 기능적으로는 완벽했습니다. 블루투스가 안되는 점은 아쉽지만 알리에서 아이팟 어댑터를 살거라 큰 상관이 없습니다. 일단 급한대로 아이팟 터치 3세대를 직결해서 사용 중.
전혀 2010년 제품답지 않은 UI 동작속도와 터치스크린의 부재, 맨 정신으로는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깊은 CD플레이어부 시스템 내부 구조 그리고 아이팟 모드에서의 렉과 버그는 제품의 기능적인 장점과 미니컴포넌트 치고 상당히 뛰어난 저음부 해상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디자인으로 인한 인테리어 효과로 커버가 가능한데,
이건 좀 힘드네요. 무려 대한민국 정발품인데 한글이 안 나오는 건 그렇다 치고, 일본 회사 제품인데 일본어조차 안나옵니다. 유니코드를 안 쓰는걸로 보이는데다가 코드페이지 설정조차 존재하지 않는데 그럼 음악을 틀때마다 이 외계어를 관찰해야 하는가? 싶고요. 폰트도 뭔가 대충 만든 느낌.
이 제품이 구형 소니 DVD 플레이어 부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몇 가지 있는데,
외부 영상 출력기능은 오직 'CD와 DVD 모드' 에서만 가능하고, 영상 출력 시 SLK1i 오디오 본체에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본품 출시 시점에서도 구형인 소니 DVD 플레이어에서 보이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출력합니다.
더 웃긴게, CD 재생시 기본적으로 SLK1i 본체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인터페이스가 뜹니다. 그런데 여기서 곡의 리스트를 본다던지 하는 추가 조작을 하려면 메뉴에서 DVD Menu 항목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이걸 활성화시키면 본체 전면부에서 DVD 플레이어 전용 UI가 표시되어 디스크 관련 기능은 그 메뉴를 통해 전부 제어하게 됩니다. USB나 아이팟 등 기타 소스 재생시에는 그런거 없이 본체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호출해 쓰구요.
이 DVD 메뉴가 뜨면 화면이 이글거리는데, 이는 즉 본체에 구형 DVD 플레이어 회로가 통째로 들어갔고 그 회로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영상 출력을 내부적으로 받아서 제품 본체 화면에 외부입력의 형태로 뿌리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 회로의 품질이 좋다면 화면이 울렁거리지는 않을 텐데, 그러지 않으니 이건 싸구려 회로가 맞는거죠. 아날로그 비디오는 회로 품질과 신호 잡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런 구조라면 DVD 재생시에는 타 소스 대비 화질의 열화가 심해진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본체 UI보다 DVD 모드 UI가 훨씬 빠르게 작동한다는 점?
뭐 안 팔린 부품을 폐기하거나 줘도 안쓸 쓰레기 같은 물건으로 만들어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에 일조하느니, 차라리 DVD도 나오는 전자 액자이자 오디오인 새로운 카테고리의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이쁘고 쓸만한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게 모두에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