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 사진을 보고 든 궁금증입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증류수를 먹어본 그 맛이 반사적으로 입에 맴돌거든요.
물론 실험용으로 나온 제품은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섭취의 용도로는 부적합합니다.
하지만, 저 커다란 느낌표 표시는 좀 궁금하더라고요.
'삼키면 유해함. 이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마시오.'
우선, 증류수의 MSDS를 알아봅시다.
http://www.qia.cz/shop/pdf/40464msds.pdf
VI – HEALTH HAZARD DATA
Inhalation: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Skin contact: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Eye contact: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Ingestion: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Medical Conditions Generally Aggravated by Exposure: None Identified Carcinogenicity:
NTP: No IARC: No ZLIST: No OSHA Reg: No
VII– EMERGENY FIRST AID PROCEDURES
Inhalation: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Skin contact: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Eye contact: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Ingestion: No emergency care anticipated.
응 그런거 없어
예. 증류수는 이론상으로 건강에 전혀 해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증류수에 대한 속설이 많습니다.
혹자는, 수조의 물을 증류수로 교체했더니 물고기가 다 죽었다 = 증류수는 유해하다 라는 논리로, 인간이 단식상태에서 1.8L의 증류수를 마시면 죽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아 다닙니다. 저도 중학교 때 존경하는 과학 선생님께 이렇게 배웠네요.
또한, 서구권에서는 증류수를 마시면 세포가 과다하게 흡수하고 폭발하여 유해하다는 이야기도 돌아다닙니다.
https://www.mercola.com/article/water/distilled_water.htm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아마도 설사 관련된 썰은...
우선 인체에서 물을 흡수하는 원리 자체가, 염소와 나트륨 채널이 열려 이들이 체내로 흡수되는 순간 농도가 변하여 순간적으로 물이 흡수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이 두 성분이 없으면 장은 체내로 물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가 콜레라균입니다.
콜레라균의 기본적인 원리는, 소장의 염소 이온 펌프 매커니즘과 상호 작용을 하는 독성물질을 생산하여, 나트륨 이온이 세포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렇게 하여 나트륨 이온이 흡수될 수 없게 되면, 위의 수분 흡수 메커니즘이 멈추어서 소장에서 물을 흡수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죠.
증류수를 마실 경우, 입에 닿는 그 순간부터 증류수는 미네랄을 포함한 일반적인 물로 변합니다. 어차피 저희 관건은 미네랄의 여부이므로,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를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장기간' '어떠한 미네랄도 섭취하지 않고 오랫동안' 증류수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체내 필수 무기질의 농도가 낮아지면 위험하쥬. 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증류수를 마신다고 해서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굳이 증류수 찾아마시는건 돈낭비이고 그냥 물 알아서 드세요.
그래서 마셔봤나고요?
네. 근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맛은 비정상적이었고, 또 먹고 싶은 맛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설마 누가 따라하겠냐만은.
정 따라하고 싶으시다면, 무인도에 갇혔을 때 물을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를 잘 써먹을 수 있습니다.
순수하지 않은 바닷물을 기화한 뒤 다시 액화하면 증류수가 되는데, 이걸 그대로 마시면 됩니다.
생명과학도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