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을때 언제는 일과 마치고 후임 생활관에 잠깐 놀러갔는데
무슨 하사 한명이 침상에 앉아있더라구요.
그래서 후임한테 귓속말로 "저 하사분은 어데서 오신 분입네까?"식으로 물어봤더니
민간 부사관인데 임관 후 첫 자대는 소속 부대에서
부대 지침상 몇개월간 병사랑 내무생활을 해야되서 여기 온거랍니다.
근데 사람 첫인상이 정말 거짓말도 안하고 다른 선입견없이 봐도
약간 맹해보였습니다.
그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바뀌지는 않더라구요.
그 간부는 작전과에 담당관으로 보직이 났는데
많이 띨띨했나봅니다.
갈때마다 사수한테 혼이 빠지도록 몇십분도 아니고 일과 시작부터 일과 전까지 털리고 있더라구요.
한달이나 됐을까...
그 간부 책상에 경고장이 부착됐습니다.
사유는 업무처리 미흡, 지시불이행, 근무태만 등등 업무 소홀로 ㅋㅋ
원래 사수는 작전과에서 나가고 다른 화기중대에 배치될거였는데
무슨 인수인계만 3달을 하는 바람에 ㅠ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원래 사수의 보직이동은 취소하고
그 하사의 보직을 바꿔 어쩌다가 제 소대 분대장으로 왔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왔더라구요 ㅠㅠ
근데 딱봐도 욕을 먹는 이유를 안봐도 알게됐습니다.
이 사람은 진짜 옛날 군대였으면 안맞은게 이상할 사람이라는거...
일단 되지도 않는 허언, 찌라시를 엄청 퍼뜨립니다.
괜히 병사들 기대하게 하려고 이번 훈련뛰면 너네한테 휴가 준다더라는 예사고
와전된 부대 일정을 막 퍼뜨리기도 했죠.
그리고 일을 안했습니다. 아니 출근조차도 안했습니다.
약간이 아니라 애니 보는걸 많이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근무시간에도 애니를 보더라구요.
걔랑 같이 당직서면 거의 자거나 소리 켜고 애니보다가 갑니다.
당직도 병사가 왠만한건 해도 간부만 할수있는 일인데
하나도 할줄몰라서 오히려 상병이었던 제가 가르치는 상황
결식은 군인한테 비전투적 손실로 징계감이거늘
끼니도 맨날 거르고 그래서 사람 자체가 맹하고 자주 아프다 보니까 출근도 안하고
훈련때 물자 옮기는데 3kw짜리였나 5kw짜리 발전기...
거의 휘발유 꽉 채우면 70~80키로는 될거같은거 걔랑 저랑 둘이서 옮기는데
무슨 걔가 허리 아프다며 데스노트에 나온 야가미 라이토마냥 숙이고 들어서
덩달아 제 허리까지 아작날뻔했지요
진짜 그때 소리 질렀습니다.
훈련때 어디로 사라져서 찾으러 다니면
굳이 1100고지 훈련 거점에서 데이터 터지는 곳 찾아서 애니 볼거라고 어디에 짱박혀있고
진짜 사람 미치게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걔가 임관한지 일년쯤 됐을때였나
아프다는 말만 남긴채로 군병원, 민간병원 여기저기 갔다는 말이 들리더니
약 4주정도 출근을 안하고
진짜 원래도 일안하고 없어도 되는 존재라서 잊고있다가 가끔 보면 ㅋㅋ 하다가 끝내더니
언제부터 아예 사라져버렸네요.
소문소문해서 친한 간부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대대장님이 상급부대에 보고 체계로 연락하고
현역복무 부적합으로 전역시켰답니다.
하긴, 부대에 출근해도 병사들이 자기가 마시려고 사두고 사무실에 놔두고 간 커피
지꺼인양 훔치고
다른 물건도 훔치고
병사들한테 돈빌리니까 없는게 더 좋은 존재였죠
거의 입관한지 일년쯤 됐을때
그것도 부사관이 말이죠 ㅋㅋ
진짜 부대도 여기저기 좀 옮겨다니고 보직도 많이 바꼈지만
걔처럼 진짜 생각을 안하는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고 생각조차 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암만 착해도 일을 못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