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떼러 동사무소에 갔습니다. 제것만 뗀다면 무인 발급기를 쓰면 되는데, 다른 사람 것까지 같이 떼야 하니까 창구로 가야 합니다. 무인 발급기는 지문을 찍어야 하거든요. 다른 사람 손가락을 잘라와서 찍을 수도 없고요.
순서를 기다리는데 복지 쪽 창구에서 하소연하는 사람 목소리가 들립니다. '성추행을 당해 회사를 그만뒀는데 (브로슈어를 가리키며) 여기에 나온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이런 내용이더군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겠지만, 그 다음 대화를 들어보니 창구의 공무원이 참 안쓰럽게 여겨지더군요.
공무원: 회사를 언제 그만뒀는가?
민원인: 15일 정도 하다 그만뒀다
공무원: 회사를 '언제' 그만뒀는가?
민원인: 일을 며칠 하지 못했다
공무원: 회사를 몇월 몇일에 그만뒀는가?
민원인: 작년 5월? 6월? 모르겠다
공무원: 날짜를 알아야 한다. 그 기간부터 얼마 안에 신청해야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민원인: 내가 그런것까지 어떻게 기억하느냐. 가족도 아프고 코로나도 닥치고 아주 재앙이 와서 어쩌구 저쩌구
듣고 있으니 저 사람은 '지원'이라는 복지가 필요한게 아니라, 하소연을 들어줄 상담가가 필요한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동사무소 행정직 공무원의 자격 요건에 그런건 없겠죠.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선 안되는데요. 1년도 더 된걸 이제 와서 신청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성추행 때문에 그만둔게 맞기는 한건가 싶더라고요.
하여간 최일선에서 일하시는 분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