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문화가 아직도 일본인의 머리속에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무라하치부는 에도 막부 시기에 정착된 공동체 규제입니다. 에도 막부는 산골의 촌까지 통제하기 위해 이를 만들었습니다. 무라하치부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해야 하고, 규칙을 어긴 구성원은 그 집단에서 말 그대로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현대 일본의 이지메 사회문제의 근간이 되었던 문화로, 당시 일본사회에서 일본인들에게 다가오는 무게는 율령보다도 더 가깝고도 무거운 절대 법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면 무라하치부란 무슨 뜻일까요? 말 그대로 촌락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10개 중 8가지를 끊어버린다는 뜻으로 그나마도 장례처리와 불 끄는 일까지 배제해 버리면 촌락 전체에 피해가 가므로 그 두가지는 제외한 8가지가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공동체에서 무라하치부의 대상이 되면 그 순간 이후로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은 무라하치부를 받는 사람과의 인적,물적, 정신적 교류를 끊습니다. 말 그대로 외딴섬에 고립되듯 왕따를 당하게 되는 것이며 이 무라하치부의 대상이 되면 그 곳을 제 발로 떠나거나 심하면 자결하여야 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점차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일본인 특유의 사고구조 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이후로 가급적 집단의 눈 밖에 나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몸에 배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일본인들이며 행여나 눈 밖에 날까 살펴 항상 조심조심하며 절대 직설적으로 말하는 법 없이 돌려 말하는 것 등 이런 문화적 특성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규제가 없는 대상, 예를 들어 외국으로 나가거나 소수자, 이민족, 배척당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때부터 와(和)가 아닌 고삐 풀린 야만인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70년대부터 유명했던 일본인의 해외여행 진상짓, 외국에 대한 뻔뻔한 망언, 재일교포와 화교 및 아이누 족 등에 대한 차별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에게 울분을 푸는 거죠. 그리고 여기서 일본에서 좀 살아봤으면 다들 느낄 특유의 폐쇄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적으면 그건 옛날 이야기 아니냐 하실 수 있습니다. 내, 무라하치부는 에도시대의 관습이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요? 무라하치부는 현대 일본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대도시에는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하는 집단괴롭힘이 대표적이고, 산골짜기나 어촌 마을 가면 이게 에도시대인지 21세기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낡고 이해가 안 되는 마을의 자체규율 따위를 정해놓고 사는 데도 많습니다. 그런 곳은 아직도 법보다 그 촌락 공동체 규율이 더 우선됩니다.
왜 일본에 아베 신조 등 지도자가 잘못된 일을 해도 움직임이 없을까요? 왜 일본은 이런 사람들에게 표를 주고 있는 걸까요? 왜 일본에서는 미디어가 혐한 콘텐츠를 만들어 한국을 두들겨 패는 것이 유행인 걸꺼요? 이런 문화에서 비롯된 특성은 금방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단의 일본인, 다수의 일본인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무라하치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이 블로그를 읽어보세요. 잘 설명해 놨습니다.
http://storyis.blogspot.com/2014/12/storyis_24.html
P,S 이 특성은 어제 적은 글(https://gigglehd.com/gg/bbs/5501325)과 결코 별개가 아닙니다. 무라하치부의 기본 원리 역시 와(和)의 실현, 즉 자신이 가진 범위를 넘지 않는 것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억압된 문화적 환경에서 비롯 된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