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84년 여름, 서울과 경기 일대에 수해가 일어나서 큰 피해를 입은 일이 있습니다.
이 때 북한은 체제 선전 차원에서 북한적십자회 방송을 통해 남한에 쌀 5만 석(약 7800톤), 옷감 50만m, 시멘트 10만 톤, 의약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제의하였습니다.
북한은 설마 한국 너희들이 자존심상 받겠나 하고 막 지른 건데, 그걸 하필이면 한국적십사자가 콜 하고 받아버렸습니다.
남북 대화 분위기를 띄워 보려는 의지와 북측에게 큰 엿을 먹여보려는(...) 심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수용하기로 한 것이었죠.
문제는 그렇게 말을 먼저 꺼낸 북한 입장에서 저 물자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기에 소련과 중국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북한 사람 허리띠를 졸라매서 창고와 군수품까지 탈탈 털어서 지원해 곳간이 빌 지경이 되었고요..
정작 한국에서 구호물자를 받아보니 나름 북한에서는 최고급품으로 엄선했을 물건들이 하나같이 한국 물건만 못해서 북한의 실상을 느끼게 만들어 줬죠.
뭐 아무튼 간에 드물게 착한 행동을 해서 1985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같은 보답을 받긴 했는데, 이후 남북정상회담 논의 도중 같은 해 청사포 간첩선 격침 사건이란 뻘짓을 저질러서 그나마의 의의도 날려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