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거북이 기어가는 속도보다 느린 배차와 지연수준을 보여주는 코레일 경의중앙선의 마지막 정착역입니다.
용문행도 죽어라 안 오는데 그보다 더 한 레어한 지역인 지평역이니, 얼마나 레어하겠습니까.
지평역에서 걸어서 800m를 가야 지평시장이 나옵니다. 버스는 안오고 택시는 코빼기도 안보입니다. 주변에는 논 밭 하천 그리고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집 밖에 없습니다. 이런곳을 여행하다보면 여기 살면 뭘 해먹고 살까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평시장이라 여러가지 물품을 팔줄 알았는데 그냥 동네 뒷골목길 정도 됩니다. 시장이라는 말이 너무 무색할정도로요.
덩그러니 베트남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위치도 좀 이상한거 같습니다. 안산, 안성, 평택이야 워낙 동남아 노동자들이 많으니 그려려니 하는데 사람구경하기도 힘든 지평에 본토 음식점이라니 참 신기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가격대는 좀 있습니다. 쌀국수 8천원, 짜저 1만원, 반쎄오 1.4만원...
시골 가격치곤 가격이 나갑니다.
뭐 그래도 동남아 어짜피 못가잖아요? 코로나때문에....
제 프랑스 친구는 엊그제 태국 1달동안 갔다와서 다시 프랑스로 귀국했더라구요. PCR검사 음성이면 격리 없이 돌아다닐 수 있으니, 잘만 다닙니다. 허나 우리는 그런 정서가 절대 아니기때문에 차라리 이런 로컬 음식점을 돌아다니는게 낫겠습니다.
본토 맛으로 동남아 여행 느낌 내면서 저렴하게 여행 갔다왔다고 생각하죠 뭐...
아무튼 쌀국수와 볶음밥을 시켰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쌀국수는 퍼 인데, 동남아 유튜브를 보다보니까 퍼 보단 분보가 더 맛있을거 같더라구요.
(암사에 베트남 사장님이 하시는 곳이 있다고 해서 조만간 가볼까 합니다. 더 저렴해요!)
일단 쌀국수는 자동으로 레몬과 매운 베트남고추를 찾게 만드는 맛입니다.
현지에서 먹는 쌀국수는 굉장히 기름지다고 하지요? 딱 그 느낌이 뭔지 알겠더라구요.
서울에서 파는 쌀국수 먹으면서 한번도 레몬즙을 넣을 생각을 안했거든요. (레몬이 같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레몬즙을 듬뿍 뿌리고 (볶음밥에도 뿌리고) 고수도 다 넣고, 쌀국수용 간장소스를 넣어서 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미스*이공 같은 저렴이랑 절대 비교가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여태껏 제가 먹은 쌀국수는 음.... 가짜인가 싶었습니다.
국물도 진하고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나마 저렴하게 이 맛을 느끼고 싶다면 저기 트레이더스 쌀국수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허나 너무 기름지기 때문에 종종 고추들을 같이 곁들여 먹었습니다. 베트남고추가 맵다고 쫄았는데
맵긴 매운데 너무 쫄아서 그런지 그렇게 맵진 않았습니다. 맛있게 매워서 다시 생각해도 침이 고입니다.
(그렇다고 막 먹으면 다음날 설사 확정 + X꼬 화끈거림 확정!)
해물 볶음밥입니다.
주문하기 전에 여사장님께 혼자서 쌀국수랑 볶음밥 먹으면 양이 많지 않냐고 하니까
잘 먹는 사람은 다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도전했는데요.
쌀국수가 어느정도 들어간 상태서 볶음밥을 먹었는데도 정말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해물과 고기에서 우러나온 육즙과 불맛이 적당히 곁들여져서 기름지게 환상적인맛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기름진 맛을 고급스럽게 밥에 녹여낸 듯한 느낌입니다.
채소들도 식감이 다 살아있었고요.
아쉬운점은, 돼지고기의 오돌뼈 같은게 그대로 들어가있어서 먹다가 좀 거슬리긴 했습니다.
블로그 게시글에서 꼭 볶음밥 먹으라고 한지는 알거 같아요.
볶음밥은 배워가고싶을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채소, 해산물 고기의 맛을 어떻게 다 빼내서 밥에 녹여냈는지.. 정말...
가게이름은 저렇고요. 어짜피 노출되어봤자 직접 갈 사람은 없다고 확신하기에....
(한시간에 한대 있을까 말까한 경의중앙선 열차타고 내려서 800m걸어서 저거 먹겠다고 갈 사람이 없죠.. 차라리 다른 곳 가지)
쌀국수는 요즘 다 상향평준화 되서, 서울에서 잘 찾으면 본토맛과 비슷한 곳을 찾으 실 수 있을태고요 (요즘 서울에서도 베트남 분들이 하는곳이 있더라구요. 부천 등)
볶음밥은 먹어줄만 할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쌀국수 보다 볶음밥을 추천합니다.
반쎄오가 너무 궁금하긴한데 참았습니다. 다음에 지평을 들리면 반쎄오를 먹어봐야겠어요.
(물론 그 다음은 몇년이 될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