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싫습니다.
모든 촬영이 싫으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지요.
구체적으로 조건을 늘어놓자면 길을 점거하고, 주택가에서 시끄럽게 하고, 가로등보다 몇배는 밝은 조명으로 강력한 빛공해를 선사하는 그런 촬영이 싫어요.
한 여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집 앞까지 왔는데 촬영 중이니 기다리시거나 돌아서 가주십사 한다는 얘기를 듣거나
수능 몇 일 전에 자려고 누웠는데 집 앞에서는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이 방 창문으로 조명까지 뿌려준 경험이 있다면 대체로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해요.
"와 으리으리한 동네에 사시는가봐요" 하셨다면 안타깝게도 정반대. 동네가 달동네로 유명해서 자주 로케이션이 됩니다. 드라마 찍는 방송국 중에 못 본 방송국이 없네요. 심지어 한 방송국이 1주일에 2번, 3번씩 찾아오기도.
왜 하필 이 달동네의 많고 많은 골목길 중에서도 저희 집 앞에서 유달리 많이 찍는가 하는 한탄도 하고 "빨랫줄에 흰 티만 널어주실 수 있을까요?" 같은 부탁도 들어보면서(하지만 널어주진 않았습니다. 어림도 없지!) 느낀 건 방송국 사람들이 배려심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것.
이 사람들이 촬영 하고가면 계단 밑에 쓰레기가 굴러다닙니다. 밤에 일하시면서 입이 심심하고 힘드니 간식이 땡기시겠죠. 백분 이해하고 먹지 말라고 할 생각도 없는데 안 치우고 떠나는 건 인간적으로 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 이게 내 앞마당엔 안된다는 그 현상인가 싶으면서도 한 켠으로는 저는 한국 드라마를 서동요랑 미생밖에 안봤으니 이정도면 세이프지! 하면서 한 5년동안 촬영 끝나고 쓰레기좀 챙겨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점점 먹히더라구요. 5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에 개탄하고싶지만 눙물이 날 것 같으니 성과에 집중하겠습니다..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더위와 추위에도 몇시간씩 고생하시는 분들이지만 어떨 때는 낮밤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 길막하고 소리치고 자려는 사람에게 눈뽕을 주시는 분들이 되기도 합니다.
징징글은 마무리가 어렵군요..
배우분들 실제로 보면 진짜 잘 생기고 예뻐요 짱이야 짜릿해!